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왼쪽)과 윤중천씨. |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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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윤중천씨(58)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가 “윤중천 스스로는 강간을 하면서 김학의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라고 비판했다. 27일 경향신문이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이같이 판시했다.
검찰은 윤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과 함께 여성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윤씨는 강간죄로, 김 전 차관은 뇌물죄로 기소했다.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피하기 위해 법리적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2013년 뇌물죄로 기소했다면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을 성접대한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씨는 2006년 겨울부터 2007년 11월까지 ㄱ씨를 총 3차례 성폭행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외상을 입힌 혐의(강간치상)를 받는다.
재판부는 ㄱ씨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씨가 ㄱ씨에게 돈을 송금한 내역, 윤씨와 ㄱ씨의 관계에 대한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ㄱ씨가 윤중천과의 관계를 대가관계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06년 겨울과 2007년 여름 발생한 2차례 강간 범행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ㄱ씨가 성접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윤중천에게 폭행을 당했을 뿐,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님에도 윤중천을 처벌하기 위해 강간 부분을 진술에 덧붙인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씨가 김 전 차관과 함께 2007년 11월13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이른바 ‘역삼동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이라고 알려진 4장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ㄱ씨의 성관계 사진 등에 비춰보면, 윤중천이 2007년 11월13일 김학의와 함께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ㄱ씨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사실을 두고 검찰이 윤씨는 강간죄로 기소하고, 김 전 차관은 뇌물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김학의가 윤중천의 강간 범행을 전혀 모르는 고의 없는 도구로서 윤중천의 강간 범행에 이용됐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검사는 관련 사건에서 김학의에게 위 성관계를 뇌물로 제공했다고 보고 뇌물수수로 기소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중천 스스로는 강간을 하면서 검사인 김학의에게 같은 기회에 뇌물을 제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씨의 강간 범행의 ‘도구’로 이용됐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ㄱ씨 진술에 의하더라도 김학의는 ㄱ씨가 처음 원주 별장에 방문했을 때 윤중천의 ㄱ씨에 대한 강간 범행을 목격하고도 묵인했다는 것”이라며 “김학의는 윤중천의 ㄱ씨에 대한 강간 범행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위 공소사실은 ㄱ씨 진술 부분에 반하므로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시효 완성을 피하기 위해 법리적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봤다. 검찰이 2013년 1차 수사때 뇌물죄로 기소했다면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검찰은 2013년 이 사건에 관해 이미 윤중천을 수사했는데, 성접대 부분에 관해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고소된 성폭력 범죄 등만 판단한 다음 대부분 불기소했다”며 “약 5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 성접대 부분을 뇌물죄로 구성하고 김학의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윤중천의 뇌물공여 혐의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버렸다. 이제 검찰은 성접대 부분이 윤중천의 강간 행위에 의한 것이고 그로 인해 피해여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며 강간치상 혐의로 구성해 기소한다”며 “2013년 당시 검찰이 적절하게 수사권 및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그 무렵 윤중천이 적정한 죄목으로 형사법정에 섰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차관에게 접대한 건설업자 윤중천씨도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지난 15일 1심에서 면소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늑장 수사·기소로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자들이 처벌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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