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선언'으로 협력 청사진…보후무역 배격하고 시장 다변화로 성장동력 확보
'블루오션' 메콩국가들과 첫 정상회의…9개국 연쇄 회담으로 FTA 등 실질성과 도출
'南北 수교국'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평화 지지 확보…"교량국가 포기 안해"
기업인 대거 집결 속 민간·문화교류 촉진…"국민 참여하는 축제의 장"
[한-아세안]손 잡은 한-아세안 정상들 |
(부산=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아세안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이며 운명공동체입니다. 아세안의 발전이 한국의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식 개막일인 지난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서 향후 한국과 아세안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간 부산에서 머무르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을 찾은 아세안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하는 등 '신남방 외교전'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중간결산이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행사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오는 2021년부터는 '신남방정책 2.0'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평화·번영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한•아세안 공동비전 채택…교류 길 넓힌다 (CG) |
청와대는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발판 삼아 아세안과의 관계를 주변 4강(미·중·일·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등이 맞물리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가운데 외교·시장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 이후 이른바 '부산선언'(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비전 및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채택해 이런 구상을 구체화했다.
문 대통령과 정상들은 '공동의장성명'에서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을 환영했고, 2020년 협정에 서명할 수 있도록 잔여 쟁점을 해결하는 데에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과 아세안의 역내 자유무역 강화로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함께 넘어야 한다는 인식을 담아낸 셈이다.
사상 첫 한·메콩 정상회의가 개최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국가들은 연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아세안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청와대는 매력적인 '블루오션' 메콩 국가들과의 협력이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아세안] 공동언론 발표하는 문 대통령 |
◇ 9개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한·인도네시아 CEPA 타결 성과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24일에는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각각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25일 부산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26일에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27일에는 서울로 이동해 청와대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이튿날인 28일에는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과 오찬을 한다.
실질적인 성과도 이어졌다.
특히 인도네시아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최종 타결을 선언했다.
필리핀과는 바나나·자동차 품목을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조기성과 패키지'에 합의했고, 내년 상반기 중 전체 타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싱가포르 표준협력 양해각서(MOU), 한·브루나이 ICT(정보통신기술) 협력 MOU, 한·태국 과학기술협력 MOU 개정 등이 이뤄졌으며, 한·말레이시아 ICT MOU 체결을 추진키로 하는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정부 간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마트시티 관련해서도 싱가포르, 브루나이 2개국과 한국 정부 간 양자 협력 MOU를 맺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아세안] 공동언론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
◇ '南北 수교국' 아세안의 한반도 평화 지지 견인
청와대는 이런 경제적 성과와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를 공고히 하는 것을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관계가 중대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모두 한국, 북한과 동시에 수교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아세안 측의 지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우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성명에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과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반영하고 이에 대한 아세안의 환영 의사를 명시했다.
아울러 26일 한·아세안 업무오찬을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하는 특별세션으로 편성했고, 이 자리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동남아시아 안보와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유용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SNS에 글을 올려 "아세안 열 개 나라들과 우정을 쌓으며 우리는 더 많은 바닷길을 열었고 이제 부산에서부터 육로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일이 남았다. 어려운 고비와 갖은 난관이 우리 앞에 있더라도 교량국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교량국가'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아세안] 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 |
◇ 다양한 문화행사·민간교류 촉진…"국민 참여하는 축제의 장"
이번 특별정상회의 기간에는 민간 기업 간 교류를 위한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개막일인 25일에는 'CEO 서밋'에 국내외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집결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환영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 등을 포함해 200여명의 경제계 인사가 참여했다.
특히 아세안과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정하면서 기업들의 교류 행사도 첨단산업 중심으로 배치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과 '혁신성장 콘퍼런스'가 열렸으며,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다.
환영만찬장에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홀로그램 이미지가 등장한 것이나, 5G 기술을 활용한 K팝 가상현실 공연 등이 이뤄진 것도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기획으로 풀이된다.
음식문화 축제인 '아세안 푸드 스트리트', 콘텐츠 교류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문화혁신 포럼' 등 문화를 매개로 한 다양한 부대행사 역시 관심을 받았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27일 최종 브리핑에서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의를 다지는 축제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아세안] 기념촬영 하는 한-라오스 정상 내외 |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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