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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이슈 미술의 세계

'겨울왕국 2' 한국인 슈퍼바이저 "안나 공주 실제 모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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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돌파 디즈니 '겨울왕국 2' 내한

한국인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이현민

부모 과거 찾아 나선 공주 자매 모험에

"생전 응원해주신 어머니 생각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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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내한한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 총괄 담당 이현민 슈퍼바이저를 이튿날 서울 광화문 호텔에서 만났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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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도 엄청난 능력자에요. 내면의 힘과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공감 능력이 안나만의 초능력이죠. 그런 안나가 있기에 엘사도 마음 놓고 마법을 발휘할 수 있죠.”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호텔에서 열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21일 개봉)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안나(크리스틴 벨, 이하 목소리 출연)에겐 언니 엘사(이디나 멘젤) 같은 마법 능력이 없다는 얘기에 한국말로 이렇게 반박했던 사람, 바로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한국인 스태프 이현민(38) 슈퍼바이저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1편에 이어 5년 만에 개봉한 2편은 엿새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초고속 흥행 중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꿈의 직장 디즈니”에 입성한 그가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도 이런 흥행에 힘입어서다. 공동 각본‧연출한 크리스 벅 감독, 제니퍼 리 감독, 피터 델 베코 프로듀서와 함께 한국 투어에 나선 그를 26일 따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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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에서 다시 모험을 떠나는 안나 공주와 마법 눈사람 올라프.[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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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만화 보고 그림 그리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엄마가 그냥 책도 좀 보라고 말하실 만큼요. 주변에 그런 일을 하는 분도 없고 애니메이터란 직업이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애니메이션이란 것의 일부가 되기를 꿈꿨는데,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됐죠.”



'안나'다운 행동인가? 고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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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캐릭터 의상을 담은 작업 이미지.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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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안나 캐릭터 슈퍼바이저란 어떤 작업을 말하나.



A : “디즈니 작품은 여러 명의 협업으로 이뤄지는데 안나 캐릭터도 캐릭터 디자인, 의상 디자인, 목소리 담당 등이 따로 있다. 저는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로서 안나의 성격을 어떤 표정, 몸짓으로 드러낼지 연구해서 80~90명 애니메이터의 작업을 한 사람이 한 것처럼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건 안나가 할 행동이 아닌 것 같다, 하면 덧그려서 바로잡고. 저 같은 슈퍼바이저가 엘사‧스벤 등 캐릭터마다 한 명씩 총 6명 있었다.”

Q : 1‧2편 모두 참여했는데 이번에 안나 캐릭터의 변화라면.

A : “안나가 왈가닥에 밝고 씩씩하잖나. 언니를 찾아 나선 1편에선 겁 없이 직진하는 캐릭터였다면 이젠 평생 소원하던 가족, 아렌델 왕국, 새로운 친구들, 사랑하는 남자까지 잃을 게 많아진 상태에서 그것들을 지키려는 모습이 강해졌다.”



왈가닥 안나, 실제 모델은...



다정한 말투, 풍부한 표정과 손동작이 안나와 꼭 닮았다, 했더니 그가 활짝 웃었다.

“저희 언니가 안나처럼 활달하고 밝아서 저는 언니한테 영감을 받는데 저를 보고 따라 그렸다는 애니메이터도 있어요. 애니메이션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평소 주변 사람, 장면을 유심히 관찰하죠. 애니메이터 중엔 흉내 잘 내는 분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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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시리즈에서 각각 엘사와 안나 목소리를 연기한 (왼쪽부터) 배우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벨이 자난 19일 미국 LA 할리우드 명성의 거리에 자신의 손도장을 새기는 행사를 가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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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을 4~5년 작업하다 보니 500여명 제작진이 가족같이 가까워진다. 전날 간담회에서 제니퍼 리 감독은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애니메이터의 꿈을 좇는 데 어머니의 지원이 컸다. 그게 저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고 했다. 당시 이 슈퍼바이저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까지 응원해주시다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셔서 꿈을 이루는 것을 못 보셨다”고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나 눈물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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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에서 안나와 엘사 자매가 어릴 적 어머니 품에 안겨있는 장면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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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들이 후반부 곡 ‘쇼우 유어셀프’ 장면을 고심하며 만들었어요. 무엇보다 안나와 엘사 어머니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에 중점을 두려 했거든요. 이 장면 스토리보드와 노래가 완성돼 처음 내부 상영했을 때 다들 눈물바다가 됐어요. 엘사와 안나가 자신의 역할이 뭔지 완벽하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순간에 부모님이 안 계시는데, 극 중에 간접적으로라도 만날 수 있게 되잖아요.” 그가 가만히 말을 이었다.

“저도 어머니가 위암판정 받으시고도 미국에 공부하러 가라고 끝까지 밀어주셨어요. 수능 보고, 국내 대학 특채 붙는 거 보시고 12월에 돌아가셨어요. 그런 저한테 그 장면이 굉장히 뜻 깊다, 감사하다고 감독님한테 말한 걸 기억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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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겨울이었던 1편과 다르게 2편에선 가을이 주된 배경이다. '변화'를 상징하는 계절이란 설명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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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홍콩·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이사를 하며 온 가족이 더 똘똘 뭉쳤다는 그다. 지금도 아버지와 시가가 있는 한국을 1~2년에 한 번씩은 찾는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학과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다 미국 유학을 결심할 수 있었던 데도 이런 가족의 지지가 힘이 됐다. 처음엔 미술을 전공하다 디즈니가 세운 예술학교 ‘칼아츠’ 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였다.



"존재 잊힐수록 성공했다 느끼죠"



타사에서 TV 애니메이션을 주로 하며 직접 만든 단편으로 주목받다가, 스물여섯 살에 디즈니 재능 계발 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디즈니에 입성했다. ‘겨울왕국’ 외에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공주와 개구리’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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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에서 자매 공주만큼 인기 있는 순록 스벤과 눈사람 올라프.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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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론 “아이들이 안나와 엘사, 올라프 같은 캐릭터를 진짜 존재한다고 믿고 친구처럼 애정 갖고 바라볼 때”라 답했다.

“저희 작업은 최대한 잘할수록 저희 존재가 사라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들이 자신의 존재만으로 믿어지고 사랑받을 때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2편 만든다고 했을 때 안나, 올라프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자기 친구 소식을 듣듯이 반가워해 주시는 모습이 정말 뿌듯했죠.”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최초의 여성인 제니퍼 리 감독에게도 큰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칼아츠를 졸업했던 12년 전에 비하면 확실히 할리우드도 성비가 동등해지고 인종이 다양해졌어요. 요즘엔 유튜브 보고 애니메이션을 독학하는 학생도 많아서 앞으론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양한 관점이 많을수록 더 재밌고 영감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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