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새로 설치된 단식 천막으로 이동하기 위해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원래 설치돼있던 천막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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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황교안!”, “힘내세요!”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25일 오후 2시 25분, 단식 엿새째를 맞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처음으로 밖에 모습을 드러내자 200여 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이 연호했다.
황 대표는 허리까지 오는 연녹색 패딩에 하늘색 마스크와 방한모를 쓴 채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디뎠고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과 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이 그를 양옆에서 부축했다. 황 대표는 잠시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전한 후 22일 밤부터 머물던 간이 텐트를 떠나, 당에서 마련한 천막(몽골 텐트)으로 옮겼다.
황 대표는 이때를 제외하곤 좀처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4일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 몇 차례 갔지만 이날은 그마저도 볼 수 없었다.
한국당은 이날 황 대표의 건강을 염려해 천막을 새로 쳤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리 내리는 걸 막으려고 간이 텐트를 쳤는데 밤에 천막이 너무 펄럭거려서 황 대표가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황 대표의 건강을 염려해 사랑채 앞에 몽골 텐트를 쳤다”고 했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황 대표가) 탈수 증세가 심각하다”이라며 “119 구급대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언제든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새 단식 천막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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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설치한 후 2시간 정도가 지난 후 김도읍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보낸 문자를 공개하며 “김 비서관이 조금 전 이 천막을 자진 철거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제1 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은 없고 대표가 바람막이로 사용하고 있는 천막을 철거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의 뜻인지 묻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5일 오후 김도읍 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보낸 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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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 대표를 찾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은 이날도 이어졌다. 오전 10시 43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를 찾자 지지자들은 “여기가 어디냐고 오냐. 이해찬은 물러가라!”라고 외치며 소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간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 5분 정도 황 대표와 만났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기력이 없어서 거의 말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랑 대화 좀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완구 전 총리와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5분여 정도 황 대표를 만나고 돌아갔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황 대표를 찾았지만, 건강을 우려해 『정관의 치』, 『보수주의자의 양심』 책 두 권을 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7시쯤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황 대표를 찾았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가 저리 고생을 하는데 정치적으로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통과시켜주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절대 야당 동의없이 협상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강행처리를 하면 우리는 총선 거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 베네수엘라 차베스가 이런 식으로 선거 제도를 바꿔서 20년을 집권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차베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 악화에도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면서 “중단하지 않겠다.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며 단식을 지속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 천막에서 새로 설치된 천막으로 이동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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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패스트트랙 내려놔야 협상다운 협상”
황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국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해법 찾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협상하자. 패스트트랙을 내려놔야 협상다운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협상하자’는 여당을 향해서는 “패스트트랙은 그대로 두고, 계속 협상을 하자는 건 공갈·협박에 이은 공갈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원내지도부는 “진정한 협상을 위해서는 불법 패스트트랙이 원천 무효임을 인정하라”(김현아 원내대변인)는 논평도 냈다. ‘선(先) 패스트트랙 철회, 후(後) 협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협상의 끈, 한편으로는 강력한 힘”을 강조했던 나 원내대표의 전날(24일) 발언보다는 ‘강공’으로 선회한 셈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청와대 앞 천막에서 6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황교안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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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사이의 이러한 분위기 변화에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둘러싼 한국당의 고민이 담겼다는 평가가 있다. ①보수 야권이 결집해도 의석수 과반에 못 미쳐 법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 없는 현실에서 ②범여권이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표결 처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고민이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기초로 한 협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협의 과정을 지켜본 한국당 원내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썬 양측이 모두 ‘강 대 강’이다. 우리로서도 당 대표가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복안이 없다”고 전했다.
이우림·한영익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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