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한 황 대표는 농성 엿새째에 접어들자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주말 사이 비가 내린데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전날까진 가끔 앉아 있기도 했던 황 대표는 이날 임시 텐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의 누운 상태로 지냈다. 한 측근은 "혈압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젠 의료진을 대기시켜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내비췄다. 먼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리고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고 적었다. 이어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단식 농성을 하기 위해 이날 한국당 주최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도 불참했다.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통해 보낸 추모사에서 "1983년 대통령께서 단식 투쟁을 통해 사수하셨던 자유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망국 정치를 폐쇄하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보였다.
같은날 황 대표의 단식 농성 텐트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언주 무소속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이 찾아왔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 40분께 텐트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단식을 빨리 중단하고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대표 기력이 굉장히 빠져 있어 거의 말씀을 못하셨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 있던 한국당 지지자들은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제가 그만 하시고 병원을 가셔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싸울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그래도 정신은 또렷하다고 말씀했다"며 "아직 건강하니 자꾸 말리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황 대표는 "이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고 앞으로 나라를 위해 함께 할 것을 믿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외롭지 않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수주의자의 양심'과 '정관의 치'란 제목의 책 2권을 전달하고 떠났다.
다수 한국당 의원들도 텐트를 찾았다. 최근 당 해체를 촉구했던 김세연 의원도 지난 22일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한 의원은 "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악법을 막기 위해 추운 날씨에 이렇게 고생하는데 내부적으로 분란을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단식 농성을 시작한 후 황 대표를 둘러싼 리더십 논란과 인적쇄신 요구 등은 어느 정도 잦아든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여당의 핵심 인사들도 줄줄이 농성장을 찾으며 황 대표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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