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43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엿새째 단식 중인 청와대 사랑채 앞이 지지자들의 외침으로 소란스러워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천막 쪽으로 걸어오자 이들은 “문전박대 해야 한다”, “여기 올 자격도 없다”고 외쳤다.
단식 엿새 만에 황 대표를 찾은 이 대표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 5분여 만에 나왔다. 만남을 마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기력이 없어서 거의 말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랑 대화 좀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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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서울은 영하 1℃ (체감온도 영하 4.4℃)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전날부터 몸상태가 확연하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진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중 한 번도 비닐 천막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황 대표는 22일 밤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상 천막을 칠 수 없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사랑채 앞으로 이동했다.
당 관계자는 “간신히 거동은 하시는데 체력이 많이 안 좋다”고 했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탈수 증세가 심각하다. 혈압도 떨어졌다가 올랐다 해서 걱정”이라며 “119 구급대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언제든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면담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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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차 왔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황 대표와 5분여의 짧은 만남을 갖고 나왔을 뿐 나머지 의원과 당직자들은 천막 밖에서 대기했다. 오전 9시 40분쯤 황 대표를 찾아 인사를 했던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정신은 아직 또렷하게 있는 거 같다. 단식을 말리러 왔는데 아직은 괜찮다고 해서 일단 나왔다”면서 “황 대표가 ‘나라를 위해서 함께할 것을 믿는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황 대표를 찾았지만, 건강을 우려해 『정관의 치』, 『보수주의자의 양심』 책 두 권을 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완구 전 총리는 3분여의 짧은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외롭지 않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국가 운영을 위해 진력해달라고 전했다”고 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면서 “중단하지 않겠다.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며 단식을 지속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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