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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줌인]김환기의 오랜 벗 반세기 간직…韓 미술품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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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크리스티 경매서 132억 낙찰 김환기 '우주'

김 화백의 말년 정수 담긴 작품

김, 미술경매가 톱10 중 9점 차지

'우주' 간직해온 김마태 의학박사

한국전쟁 피란 때 김 화백과 인연

주치의 겸 후원자로 美이주 돕기도

이데일리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1억 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김환기(1913∼1974)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사진=크리스티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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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미술계가 꿈꿔왔던 ‘미술품 경매 최고가 100억원 돌파’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우주’(Universe 5-Ⅳ-71 200)가 지난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1억 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미술품 중 수수료를 제외한 낙찰가 기준으로 경매에서 1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코리아에 따르면 구매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은 약 153억 4930만원(1억 195만 5000홍콩달러)으로 알려졌다.

‘우주’는 이날 ‘20세기 & 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선보였다. 시작가 약 60억원(4000만 홍콩달러)으로 출발해 10여분간 33번의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전화로 경매에 참여한 고객에게 돌아갔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김환기의 작품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9-Ⅶ-71 209’가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한화 47억 2100만원(310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이전까지 최고가였던 박수근의 ‘빨래터’를 제친 뒤부터다. 이후 거듭되는 신기록으로 화제를 이어왔다. 이번 경매로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10위 중 9위인 이중섭의 ‘소’를 제외하면 모두 김환기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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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품 경매가 상위 10위(디자인=문승용 기자).




‘우주’는 김환기의 1971년 작품이자 유일한 두폭화다. 254×254㎝ 크기에 폭 넓은 푸른 색조를 사용한 큰 그림이다. 작가의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던 말년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주’가 경매에 나오는데 김환기의 오랜 절친이자 후원자였으며 주치의였던 김마태(91) 박사와의 인연이 그 배경에 있어 눈길을 끈다. 크리스티는 이번 경매를 앞두고 발간한 ‘우주’ 도록을 통해 이 작품을 40여년간 소장하며 김환기와의 우정을 지켜온 김마태 박사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김마태 박사는 현재 미국 뉴욕에 산다.

인터뷰에 따르면 김환기와 김마태 박사의 첫 만남은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대 부산 광복동의 한 커피집이었다. 당시 전쟁을 피해 내려온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는데 김마태 박사의 부인 전재금의 어머니인 소설가 김말봉도 그 중 하나였다. 김마태 박사는 당시 약혼자였던 전재금과 함께 길에서 우연히 김환기와 만나 인연을 맺고 곧 절친이 됐다.

이후 두 사람은 미국과 프랑스 등 각기 다른 대륙에 있었음에도 돈독한 우정을 이어왔다. 1963년 김환기가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할 것으로 결심하고 그의 부인이 이듬해 합류할 때 김마태 박사가 항공권 비용을 도왔다.

이에 김환기는 감사의 표현으로 자신의 1959년작 ‘섬의 달밤’을 김마태 박사 부부에게 선물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점점 더 자주 만났으며 김마태 박사는 개업과 함께 더 많은 김환기의 작품을 구매하며 컬렉션을 점차 키워갔다. ‘우주’는 뉴욕의 포인덱스터 갤러리에서 1971년 전시됐고 이때 김마태 박사와 그의 부인이 작품을 구매해 소장해왔다.

김마태 박사는 “김환기 화백은 언제나 환영 받는 손님이었다”며 “친화력 있는 웃음과 짓궂은 농담으로 인해 그는 중심 인물로 종종 주목을 받곤 했다”고 회상했다.

미술계는 한국 추상화를 대표하는 김환기의 작품에 대한 높은 인기와 관심은 곧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의 큰 흐름에 합류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왔다. 이번 ‘우주’의 신기록 또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미술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쾌거이자 김환기 이외의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티 코리아는 “김환기 화백의 예술을 향한 집념과 열정의 결과물이 한국을 넘어 근대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이번 경매 결과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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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우주’가 걸려 있는 김마태 박사 집 거실에 앉아 있는 김환기 화백의 모습(사진=환기재단·환기미술관, 크리스티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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