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 “내 뜻 대통령께 전해라”
페이스북엔 “고통마저도 소중”
한국당, 청와대 앞에서 비상의총
닷새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마련된 텐트에 누워 있다. 왼쪽 둘째는 김도읍 비서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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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4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에 설치한 1평 남짓한 비닐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팀이 말뚝을 세우면 안 된다고 해서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비닐만 낮게 둘러놓았다”며 “사랑채가 청와대에서 100m가량 떨어져 있어 청와대도 이 정도는 양해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식 5일 차인 24일, 그의 몸 상태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거동할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황 대표의 건강상태를 체크한 의료진은 ‘기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맥박과 혈압도 낮게 나온다’고 진단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가 어제 저녁 6시 이후부터는 계속 누워 있다. 말도 간단한 대화 정도만 가능하다. 어지러움이 심하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오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황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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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고 했다.
그런 황 대표 단식 현장에 여러 정치인들이 다녀갔다. 가장 눈길 끈 인사가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전날 방문하려다 황 대표의 몸 상태 등을 고려해 취소했던 이 총리는 낮 12시20분쯤 사전 조율 없이 찾아왔다. 황 대표는 일어서지 못하고 반쯤 누운 상태로 천막 안에서 이 총리를 맞았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24일 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텐트로 이동하고 있다. 이 총리는 황 대표에게 ’건강 상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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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가량 대화를 나누고 나온 이 총리는 “건강이 상하시면 안 되니까 걱정을 전했고, 황 대표가 이렇게 어려운 고행을 하는 그 충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황 대표의 답변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말씀을 잘 전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을 취소해 달라는 의미다.
이어 오후 2시 넘어 정홍원 전 총리,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이 찾아왔다.
‘낮-청와대, 밤-국회’ 방식으로 농성을 이어가던 황 대표는 22일 밤부터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단식 강도를 높였다. 김도읍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해야 한다고 권했지만 청와대 앞에서 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도저히 꺾을 수가 없었다”며 “이런 풍찬노숙으로 단식한 경우가 거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황 대표의 농성장 앞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는 소속의원 108명 중 80여 명이 우비를 입은 채 참석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황 대표는 천막에서 나와 단상에서 의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텐트로 돌아갔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황 대표)의 희생을 통해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구국의 결단”이라며 “황 대표를 중심으로 절대 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가 온 뒤 기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측근들은 천막 안에 전기장판과 핫팩을 넣어놓았다.
한국당 내에선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및 당 해체 주장 파문 후 어수선했던 당 분위기가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통해 다시 내부 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세연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며 지도부를 비판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3일 황 대표를 방문해 “제가 했던 말이나 보도된 것은 너무 괘념치 마시라”고 했다. 22일엔 김세연 의원도 찾아와 “한국당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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