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화백 ‘우주’ 132억원에 낙찰

크리스티 홍콩 경매서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

“마침내 한국 작가의 작품값도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작품 ‘5-IV-71 #200’(일명 ‘우주(Universe·사진)’)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저녁 홍콩 완차이의 컨벤션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8800만홍콩달러(약 131억875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 현대미술 작품이 경매에서 1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고가 기록은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85억3000만원에 낙찰된 김 화백의 ‘3-Ⅱ-72 #220’이다. ‘우주’가 최고가에 등극하면서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상위 1~10위 가운데 이중섭 화백의 ‘소’(9위)를 제외한 9점 모두를 김 화백 작품이 차지하게 됐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24일 “역시 김환기!”라고 반색했다. 더불어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다져지고, 향후 김 화백은 물론 한국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했다.

‘우주’는 홍콩 경매에서 10여분 동안 33회에 이르는 현장·전화를 통한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의 2배를 넘겨 낙찰됐다. 경매 수수료를 포함, 구매자는 약 153억5000만원에 소장했다. 크리스티 측은 낙찰자 보호를 위해 “신원 미상의 전화 응찰자”라고만 밝혔다.

‘우주’는 1971년 3~4월 미국 뉴욕에서 그려진 작품으로 김 화백 전성기의 대표적 걸작으로 평가받아왔다. 푸른색 점이 동심원을 이루며 화면을 가득 채운 점화(點畵)로 무한한 공간감, 깊이감을 선사한다. 유일하게 2개의 캔버스(각 254×127㎝)로 구성된 작품이자 크기도 가장 크다. 1971년 9월 뉴욕 포인덱스터 화랑에서 첫선을 보인 ‘우주’는 김 화백의 친구·후원자인 재미 의사 김마태(본명 김정준) 박사 부부가 작가에게서 구입, 소장해왔다. 그동안 환기미술관과 해외에서 전시됐을 뿐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 화백의 작품은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9-Ⅶ-71 #209’가 47억2100만원에 낙찰돼 직전 최고가이던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를 뛰어넘은 이후 지금까지 거듭 최고가 기록을 경신해왔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경매 후 “김 화백 작품이 이젠 세계 주류 미술시장에 본격 진입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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