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마련된 천막에 몸져 누워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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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극단적인 투쟁 방식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단식을 시작하며 “죽음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타협 불가능한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최후의 저항수단’ 성격이 짙었다. 전두환 정권을 향해 정치범 석방, 언론통제 전면 해제 등을 요구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1983년)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엔 단식이 잦아지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 2년 6개월 동안 야당 지도자급 인사나 현역 국회의원의 단식이 5번 있었다. 6개월에 한 번 꼴이다. "정치가 실종된 채 극단적 투쟁만 심화하고 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단식 농성중인 천막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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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부각되지 못한 2건의 단식
문재인 정부에서 단식의 첫 테이프를 끊은 현역의원은 2017년 10월 당시 조원진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대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며 단식에 돌입했지만, 법원이 박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연장하면서 14일 만에 중단했다.
이학재 한국당 의원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9~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무려 19일 동안 단식했다. 체중이 11kg 줄어들며 20대 국회 최장기간 단식 기록을 세웠다. 10월 3일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단식을 마무리했다. 조국 전 장관은 이 의원 단식 약 열흘 뒤인 10월 14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 8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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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드루킹 특검’ 달성한 김성태
지난해 5월 한국당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의원이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한 단식은 ‘특검 도입’이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9일의 단식 기간 중 김 의원은 국회 안에서 3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준다면 드루킹 특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의 단식이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9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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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연동형 비례제 합의문 받은 손학규ㆍ이정미
지난해 12월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당초에는 2019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단식 열흘 뒤 여야 5당의 합의문이 나오는 선에서 단식은 마무리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구속력은 없었지만, 이 합의문을 명분 삼아 여야 4당은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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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이 실종된 자리 단식이 채워”
단식이 잦아지는 현상을 두고 학계에서는 “극단화하는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여야가 강경 일변도로 나서면서 정치나 협상이 있어야 할 자리를 투쟁이 대신하고 있다. 투쟁의 모습이 단식이란 가장 극단적 형태로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이라는 주장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쥔 건 정부·여당,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때도 사학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장기간에 걸쳐 극한 대치를 이어가자, 2006년 초 노무현 대통령은 김한길(열린우리당)·이재오(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여당의 양보를 요구해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협상 실종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부·여당의 독주가 근본적인 원인 제공"이라며 “지금은 문 대통령이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한 편에서는 “여야4당이 얽혀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인만큼 대통령이 섣불리 갈등 조정에 나서는 것도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 된다.
24일 오후 황교안 대표가 단식 중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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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단식도 현재로써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단식 종료 조건인 패스트트랙 법안(선거법, 공수처법) 폐지를 둘러싼 이견이 협상으로 풀릴 기미가 없어서다. 황 대표는 단식 닷새째인 24일에도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도 “어중간하게 단식을 끝내면 황교안의 정치생명도 끝장난다. 수사가 아니라 정말 목숨을 건 것”이라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반면 민주당(공수처법)과 정의당ㆍ바른미래당(선거법) 등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사활을 건 만큼 황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 민주당은 이날도 황 대표의 단식을 두고 “단식을 멈추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이재정 대변인)고 촉구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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