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 내부.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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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시행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애초 우려와 달리 우리 기업들의 생산 차질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의 경우 오히려 생산량이 수출규제 시행 후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큰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 갈등이 장기화, 심화할 경우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커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에 대한 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도 생산 차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강경성 산업부 소재부품정책관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된 이후 정부와 기업은 ‘핫 라인’을 구축해서 소재ㆍ부품 수급과 생산 차질에 대해서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생산 과정에서 차질을 입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업이나 관련 협회 등과 상황에 대해 꾸준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규제 시나리오별 한·일 양국의 GDP 변화. 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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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려와 다른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일본 수출규제 정책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어느 부분을 겨냥했는지 등의 구체적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 일본이 ‘수출규제는 경제보복 조치’라는 한국의 주장에 대응할 명분을 쌓기 위해 일부 품목의 수출허가를 조금씩 내주고 있고, 국내 업체들이 소재 국산화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처한 것도 사태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한ㆍ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국내 피해가 더 클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한일 양국이 서로 수출규제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손실이 일본의 GDP 손실보다 크고, 무역분쟁이 악화할수록 양국의 GDP 감소폭이 커질 거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양국이 모두 상대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되, 수출규제가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데 그친다면 한국 GDP는 0.25~0.46% 감소하고, 일본 GDP는 0.05~0.0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 GDP 손실이 최고 6.26%(전체 수입액수 중 수출규제 대상 품목 비중이 60%일 경우)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GDP 손실은 최고 0.02%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로 당장의 생산 차질은 없더라도 생산단가, 부품 중간재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 정치적으로 한ㆍ일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에서 소재ㆍ부품ㆍ장비 국산화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투자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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