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9개국 정상과 연쇄회담하고 '공동비전' 채택…4강수준으로 관계 격상
아세안·메콩 '시장 다변화'로 보호무역 파고 극복…4대그룹 등 기업인 대거 집결
비핵화 중대 국면서 '한반도 평화' 지지 확보…'축제의 장' 민간교류 확대 발판
"유라시아-아세안 연결하는 'J축 교량국가' 기틀"…'관문도시' 부산도 재조명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PG) |
(부산=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25일 부산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회의를 발판 삼아 평화·번영을 위한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 집권 중반 '신남방정책 2.0'을 본격화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다.
정상 간 대화에 더해 민간기업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만큼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협력이 한층 깊어지리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아울러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중대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점 역시 이번 정상회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1월 24일 부산역에서 시민들이 정상회의 조형물 앞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문 대통령은 24일 하사날 볼키아 부르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ICT와 스마트시티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한 뒤 부산으로 이동해 3박4일 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전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데 이어, 이번 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아세안 9개국 정상들과 모두 회담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25∼26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뒤에는 '한·아세안 공동비전'을 채택하기로 했고, 27일 열리는 한·메콩 정상회의 후에는 한국과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협력방안을 정리한 '한강·메콩강 선언'을 채택할 계획이다.
한·필리핀 및 한·말레이시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논의도 함께 진행된다.
이처럼 양자·다자회의를 넘나드는 외교전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 단계를 주변 4강(미·중·일·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 속에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풍부한 시장 잠재력을 갖춘 아세안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연 5%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천억 달러로 늘리는 등 시장 다변화로 경제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그동안 신남방정책의 중간결산을 넘어, 이후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아세안] 의장대 사열하는 문 대통령과 브루나이 국왕 |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는 한국과 아세안의 기업들을 비롯, 민간 영역에서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우선 26일에 열리는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 및 스타트업 서밋은 한·아세안 글로벌 창업 생태계 조성 협력을 다짐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실질 협력 방안을 발굴하기 위한 제1차 장관급 회의가 개최된다.
이와 연계해 현장에서는 25∼27일 '한-아세안 스마트시티 페어' 행사가 열리며, 여기서는 110개사가 참여하는 기업관이 마련돼 바이어 상담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업인들도 속속 부산으로 몰려든다.
문 대통령은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 등을 포함해 200여명의 경제계 인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알고 있는 대기업 대표나 CEO(최고경영자)들이 다 온다고 보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과 아세안의 문화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행사들도 마련됐다.
24일 열리는 전야제 격인 '아세안 판타지아'에는 싸이, 보아 등 한류 스타는 물론 아세안 각국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5일 개최되는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 등이 참석한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번 정상회의는 한·아세안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소중한 계기"라며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2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부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중대국면을 맞은 시점에서 이번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애초 생각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회의가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는 여전하다.
특히 이번에 정상이 방한하는 아세안 9개국의 경우 모두 정부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정상들에게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가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터준 데 사의를 표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리 총리는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으로 한반도 평화가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바란다"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아세안 국가들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 국제 콘퍼런스에서 "남북평화를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신남방정책이나 신북방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유라시아와 신남방국가를 잇는 'J축' 위의 교량국가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정상회의 개최지인 부산이 '관문도시'로서 잠재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시아 지역 언론 연합인 ANN(Asia News Network) 기고문에서 "(회의가 개최되는) 부산은 한국 제1의 항구도시로, 아세안을 향한 바닷길이 시작되는 관문"이라며 "대륙과 해양을 잇는 부산에서 공동번영과 평화 실현을 위한 한국과 아세안의 지혜가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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