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22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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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5시 35분쯤 황 대표의 농성장에 도착한 웜비어 부부를 향해 황교안 대표는 “웜비어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적이고 많이 놀랐다. 부모님들을 뵙고 싶었는데 오늘 뵙게 돼 다행”이라고 인사했다. 황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을 반대하며 단식 농성을 한 지 3일째다.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감사하다. (국제 사회와) 협조를 해서 (북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다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웜비어가 그 피해자가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가 “3년 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그 법이 잘 안착해 북한 인권도 많이 개선됐다면, 오토 웜비어와 같은 사고가 없었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하자,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북한의 의도적 행위(on purpose)였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에 “아주 정확한 말씀”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들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저희가 북한에 대해서 강력한 대응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가 “정부와의 싸움 때문에 단식 중”이라며 “이렇게 모시게 된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하자, 웜비어 부부는 황 대표와 격려 대화를 나눴다.
▶프레드 웜비어=“당신이 자랑스럽다.”
▶신디 웜비어=“감사하다. 당신은 영웅이다(You are a hero).”
▶황교안=“당신이 영웅이다(You are a hero).”
▶프레드 웜비어=“몸 잘 챙기시라.”
이 같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웜비어 부부는 자리를 떠났다.
해외 납북피해자 가족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이 날 면담은 한국당 의원들의 요청으로 당일 성사됐다고 한다. 웜비어 부부는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 참석을 위해 방한했는데,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행사장을 찾으면서다.
오전 기자회견 후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자리에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웜비어 부부에게 “대통령은 안 만나줬지만, 제1야당 대표는 북한 인권에 큰 관심이 있다”며 만남을 제안했다고 한다. 앞서 협의회 이사장이 웜비어 부부의 대통령과의 면담을 청와대에 요청했으나, 안보실에서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거절했었다. 웜비어 부부가 김 의원의 제안에 “좋은 생각이다. 저녁 일정이 있지만, 쪼개서 다녀오겠다”고 답했고, 다시 김 의원이 황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전달해 성사됐다고 한다. 오찬장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웜비어 부부는 청와대 면담이 무산된 것에 여러 차례 아쉬움을 비쳤다고 한다.
실제 이날 공개 증언 자리에서도 신디 웜비어는 “(문재인 정부가) 핵무기 때문에 북한 인권을 논하지 않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살해해도 괜찮다’는 것과 같다”며 “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피해자들을) 돕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지금 정부가 납북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오른쪽)와 어머니 신디가 2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ㆍ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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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웜비어도 “협의회로부터 ‘문재인 정부에서는 협의회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다”며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고 그를 인도주의자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웜비어 부부와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만난 적 있다.
김준영·이우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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