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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이슈 미술의 세계

“‘친작=진품’은 위선, 조영남은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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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학 스캔들

진중권 지음/천년의상상·1만8900원

화가가 직접 그린 그림만이 원작이고 진품인가? 거장의 명작은 모두 직접 그린 ‘친작’일까? 대중은 물론 다수 미술인조차 “당연하다”고 답한다. 저자는 ‘역겨운 거짓말’이라며, 예술 작품은 작가의 천재성을 구현한 친작이라는 상식을 전복한다. ‘진품=친작=천재의 예술혼’이라는 등식은 전체 미술사에서 고작 19세기 인상파 이후 잠시 등장한 개념일 뿐 ‘대작’이 대세라는 주장이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루벤스, 들라크루아 등 거장의 명작도 제자나 조수와 협업한 결과물이고, 아예 그들이 대신 그린 작품도 많다는 걸 방대한 관련 자료로 밝힌다. 20세기 미술은 아예 예술가와 작업자를 확실하게 분리하는 게 뚜렷한 흐름이라고 얘기한다. 릭턴스타인,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마르셀 뒤상 등은 친작 숭배를 벗어나 복제의 미학을 실행했다고 설파한다. 전화로 간판 제작자에게 자기 그림을 주문한 라슬로 모호이너지, 작업공식만 제공하고 드로잉은 직공에게 넘긴 솔 르윗 등 무수한 예술가를 소환하면서, 대작 관행을 뒤집는 건 ‘미학적 러다이트’라고 주장한다.

<미학 스캔들>은 법정으로 간 ‘조영남 화투 그림 대작 사건’에서 조씨를 두둔한 저자를 “예술혼을 부정한다”고 비난한 미술가, 문화운동가, 기자들에 대한 반박문이다. 자신에게 예술모독 혐의를 씌운 이들이야말로 수천년 미술사의 관행과 성과를 무시한 ‘역겨운’, ‘비열한’, ‘뻔뻔한’ 거짓말쟁이라며 실명을 거론하고, 격하게 조롱한다.

1심 유죄, 2심 무죄. 이제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화투 그림’은 조씨 작품인가, 그가 제시한 개념에 따라 90% 이상 그림을 그린 화가 송기창씨 작품인가. 독자들이 판단하길 바란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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