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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최문순 강원지사 “남북관계 악화, 모두가 홈런만 치려는 욕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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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재개 1000만 서명 운동’

경향신문

“작은 공 굴려, 큰 공 만들자”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 일산의 원마운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던 중 양손으로 공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작은 공을 굴리는 마음으로 금강산관광 길을 뚫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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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최전선 강원도 나서 작은 돌파구라도 열어보겠다

원산·갈마 묶어 새 해법 모색‘강원도의 꿈’은 멈추지 않아


“금강산관광 하나 뚫지 못하면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무슨 큰 이야기만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우리(강원도)가 최전선에 서 있으니 죽을힘을 다해 작은 돌파구를 열어보겠다. 1000만 국민 서명운동이 그 시작이다.”

최문순 강원지사(63)로부터 ‘강원도의 꿈’을 처음 들은 건 작년 8월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리던 평양 김일성경기장 관중석에서다. 최 지사는 “속초~원산 크루즈 뱃길과 양양~갈마공항 하늘길을 열어 육로와 함께 3개의 ‘평화의 길’을 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최근 북측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통지에 길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최 지사의 행보가 바빠졌다. 워싱턴, 서울, 고성 등지로 뛰어다니면서 경색국면에 ‘구멍’을 뚫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금강산관광 재개 1000만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7~9일에는 워싱턴을 방문, 백악관 및 국무부 당국자들을 만나 금강산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해 6개의 요구 및 제안을 담은 서한을 간접 전달했다. 지난 18일은 가장 바쁜 날이었다. 이날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DMZ)에서 전국 민간·사회단체 1000여명이 참석한 범국민참여 평화회의 및 서울 외신기자클럽 회견 등 두 개의 일정을 소화한 최 지사를 경기도 일산 원마운트의 남북체육교류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지사는 “남북관계가 나빠진 건 모두 배트를 길게 잡고 홈런만 치려고 해서 그렇다”면서 미국을 겨냥, “(북·미 정상회동 시) 큰 웃음, 큰 포옹, 큰 악수를 하고 난 뒤 곧바로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다 보니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엔 미국 조야에 대북 제재로 인한 (강원도의) 피해를 알릴 수 있었다”고 워싱턴 출장의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는 “관광을 재개하면 북한에 뭉칫돈(벌크캐시) 지급을 금한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 아니냐”는 의혹이 집요하게 제기됐다. 최 지사는 “과거 금강산 버스운행업체 대표와 함께 북측에는 1인당 30~50달러의 입경료만 지급됨을 설명했다”면서 “외신기자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작은 공을 굴려서 큰 공을 만들자”는 ‘소구전구대구(小球轉球大球)론’이다. 한반도 전운이 짙던 2017년 12월 중국 쿤밍에서 열렸던 제3회 유소년 국제축구대회에서 북측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식 요청, 북의 호응을 이끌었던 말이다. 최 지사는 “우리 정부는 (개별관광 재개 등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든지, (미국을) 설득하든지, 둘 중 한가지를 했어야 하는데 어느 쪽도 움직임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금강산관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금강산을 방문,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뒤 벽에 부딪혔다. 북측 체제상 ‘최고존엄’의 한마디는 법이다. 그렇다면 ‘낡은 금강’을 포기해야 ‘새로운 금강’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이 개발한 원산·갈마 관광지구와 묶어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 지사는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렵다면, 원산이라도 열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남북 강원도 간 관광교류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남북 교류가 막힌 지난 1년 동안에도 ‘강원도의 꿈’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2만t급 크루즈선 1척(승객 620명 정원·컨테이너 300개 적재 규모)을 속초항에 정박해놓았고 다른 1척의 구매절차가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취항이 목표다. 플라이 강원 국제항공사를 설립, 12월부터 운항을 시작한다. 양양~갈마 하늘길을 열어나갈 주역이다.

최 지사는 “강원도가 온라인으로 북한 관광단을 300명 모집했고 앞으로도 계속 모집해 (교착상황에) 구멍을 낼 생각”이라면서 “금강산 길을 막고 있는 것이 남인지, 북인지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쿤밍에서 북측을 상대로 ‘소구전구대구론’을 거듭 제안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진호 국제전문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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