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합 '7대6'으로 원심 뒤집고 방통위 제재 부당 결론
"역사사실 다양한 해석" vs "다큐형식 모욕 용인되나"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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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대상으로 한 제재조치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중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 정당하다는 의견이 7대6으로 나뉘며 전원합의체 내부에서도 이같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격론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청자 제작(퍼블릭 액세스) 전문 TV채널 시민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쟁점은 크게 Δ이 다큐가 편향적인지 Δ사자(死者)인 두 전직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였다. 1·2심은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한다며 방통위 제재가 적법하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은 "이 다큐는 사실상 주류적 지위를 점한 역사적 사실·해석에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 그 자체로 다른 해석 가능성을 전제한다"며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 의무를 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들 대법관은 "역사적 논쟁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라고도 덧붙였다.
두 전직 대통령 묘사에 관해서도 "방송 전체 내용과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돼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며 "이 다큐는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논쟁과 재평가를 목적으로 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제재할 수 없다고 봤다.
보충의견에선 '표현자유 보장'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김재형 대법관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행위, 특히 그 내용에 행정제재를 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가급적 억제돼야 한다"며 '자율심의체제'도 거론했다.
김선수·김상환 대법관도 대법관들 사이 논쟁이 '역사적 쟁점에 대해 어떤 평가가 더 올바르고 타당한가'를 두고 이뤄진 건 아니라면서 "문제되는 표현이 공정성 등의 개념이 가진 최소한의 본질적 징표를 갖췄는지를 갖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제재의 정당성을 법원이 판단할 때 역사적 해석과 표현의 보장 정도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이 다큐의 근거가 되는 자료 자체가 '사료'로 검증받은 것이라 볼 수 없고 두 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부분은 누락해 객관성이 없고, 제작의도와 다른 의견은 전혀 소개하지 않아 공정성·균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또 두 전직 대통령 과오를 지적하며 조롱과 모욕적 표현을 통해 희화화해 사자 명예훼손에도 해당한다며 "다수의견을 따르면 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방송을 해도 '역사다큐' 형식만 취하면 방송법상 아무런 제재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은 "사법부가 역사를 해석할 순 없다"면서도 "이 다큐가 관련 의무를 준수했다고 본다면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사회가 감수할 수 있고, 감수해야 하는 범위 안에 있다는 대법원 견해를 밝히는 것이라 국민 간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정책적 과오 비판보다는 주로 개인 인격을 일방적·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인 이 다큐가 공동체의 선(善)에 무슨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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