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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섞인 사료 들고 고양이 찾아다녀
사건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에 잡힌 정모씨가 세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묻은 고양이 사료를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7월 13일은 서울시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A씨에게 ‘악몽의 날’이었다. 이날 그가 기르던 고양이 ‘자두’가 정씨에게 잔혹하게 학대당해 생명을 잃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혼자 살면서 길고양이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는 “평소 산책하러 다니는 경의선 숲길에 고양이가 너무 많고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하거나, 사람들이 길을 막아가면서 고양이한테 사료를 줘서 거부감을 가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그날도 정씨는 길고양이를 학대할 생각으로 세제 섞은 사료를 들고 집을 나섰다. 오전 8시쯤, 가게 테라스에서 쉬고 있는 자두가 눈에 띄었다. 건넨 사료를 자두가 먹지 않고 피하자 그는 냅다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내동댕이치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자두의 머리를 짓밟거나, 머리에 세제 섞은 물을 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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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현장 떨면서 지켜본 고양이들…주인 "충격"
지난 7월 잔혹하게 살해된 고양이 자두(왼쪽)의 생전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
가게에 있던 다른 고양이들은 떨면서 자두의 학대 장면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정씨는 자두의 사체를 인근 화단에 버린 뒤 범행에 사용된 물품을 수거하고 태연히 자리를 떴다. 정씨의 잔혹한 범행 장면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뒤늦게 영상을 확인한 A씨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가게 측은 “기르던 7마리의 고양이 중 자두는 유독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였다”며 “낯선 사람이 오는데도 피하지 않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두의 죽음은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공분을 불렀다. 사건 현장엔 고양이 자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인근 주민들은 수사기관에 정씨를 잡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사건 3일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아 강력처벌 해주세요’ 제목의 청원엔 21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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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벌금·집유' 공식 깨지나
정씨는 사건 3일 뒤 체포됐다. 하지만 그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또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전에도 길고양이나 동물이 잔혹하게 학대당한 사례가 많았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015~2017년 3년간 경찰이 수사한 동물학대사건 575건 중 가해자가 처벌받은 건 70건에 불과했다. 그 중 68건이고 벌금형이고 2건은 집행유예였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정씨 사례가 ‘동물 학대죄 엄벌’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씨의 경우 타인이 소유한 동물을 죽인 재물손괴 혐의가 더해져 형량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정씨는 법정에서 “살해한 고양이는 A씨 소유가 아닌 길고양이이므로 재물손괴죄는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고양이에 대한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었고, 자두가 사람을 잘 따르는 등 길고양이의 특성도 보이지 않는 등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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