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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대자보 훼손·몸싸움·고소전…캠퍼스 담 넘은 '홍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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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학생간 갈등 격화에 대학들 '현수막 금지령' 또 다른 논란

학교 밖 잇따라 '홍콩 시위' 지지 모임…23일 시청 앞 공동집회

뉴스1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홍콩시위 대자보 부착에 대한 학교 안내문과 대자보 부착 제한을 규탄하는 학교 구성원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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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가 전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한국 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폭행까지 일어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21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학생그룹)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 대학교 중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철거된 곳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10여 곳에 이른다.

대학가 내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게시는 학생모임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거리에 홍콩 시민을 응원하는 '레넌벽'을 처음 설치한 뒤 급격히 번지기 시작했다.

레넌벽은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절 반정부시위대가 저항의 의미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의 노래 가사를 프라하의 한 벽에 적어넣던 데서 유래했다.

초반에는 레넌벽과 대자도 등을 본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래 대자보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로 한국 학생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학생들 간 폭행까지 일어나면서 대학 내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홍콩 시위 대자보 두고 폭행에 고소까지…경찰 수사 대학 3곳

경찰에 따르면 홍콩 시위 대자보와 관련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대학은 명지대와 서울대, 연세대 등이다.

지난 19일 오후 8시쯤 명지대 학생회관에서는 한국인 학생이 부착한 홍콩 지지 대자보 위에 중국인 학생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게시물을 붙였다가 학생들 간 서로 밀치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0일 명지대에서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학생 사이에 폭행이 있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 모임은 지난 12일 연세대 교정 안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무단으로 철거를 당했다며 서대문서에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현재 해당 사안도 서대문 경찰서가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일 오전 교내에 설치된 '레넌벽' 훼손과 관련해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도형 학생모임 대표는 "누군가 레넌벽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소장을 제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모임이 서울대 도서관 외벽에 설치한 레넌벽은 지난 18일 훼손된 채로 발견됐다. 학생모임이 설치한 두 장의 전지 중 한 장의 가장자리 일부가 찢어진 채로 벽에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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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도서관 건물 한 벽면에 붙어있던 홍콩 시민을 응원하는 문구를 쓸 수 있는 '레넌벽'이 훼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 2019.11.1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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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간 갈등에서 '학생 vs 학교' 갈등까지…"학교에서 억압"

대자보를 둘러싼 학생들 사이 갈등은 학생과 대학교 측과의 갈등까지 번졌다. 일부 학교에서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게시를 제한하거나 아예 부착 금지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한국외대는 지난 19일부터 외부단체의 홍콩시위 관련 대자보 학내 부착을 제한하기로 했다.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를 둘러싸고 한국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충남대의 경우 지난 20일 학생회관 내부 게시판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레넌벽이 설치됐지만 중국 유학생들의 항의로 대학 측이 이를 철거했다. 다만 이후 학생들의 항의로 현재 다시 설치한 상태다.

학생단체 측은 이러한 학교의 방침이 일방적이며 의견 표현을 제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자연대 한국외대 모임 등은 21일 오전 한국외대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관계자는 "학생들이 홍콩 지지를 시작하자 학교 측에서 지지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중국 대사관에서 (중국 유학생들을 지지하는) 입장 발표를 한 직후에 이런 입장을 발표한 것도 중국 대사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선범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외부 단체라고 하더라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는 점은 동일하다"며 "외부 단체에 속한 학생의 생각도 한국외대 구성원의 생각이고, 이를 일방적으로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지모임, '학내 대자보' 중심에서 '학교 밖'으로 이어져

대학가 대자보와 레넌벽 등을 중심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해왔던 움직임은 최근 대학가 밖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연대 대학모임'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홍콩 민주화 항쟁 지지와 중국 정부의 폭력사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23일 오후 서울 시청 광장 인근에서 '홍콩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을 이어간다. 21일 기준 해당 집회에 참가 의사를 전달한 단체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등 11여개에 이른다.

학생모임 측 관계자는 "참여하겠다는 단체는 계속 늘고 있다"며 "한국외대 등 대학과 시민단체 등에서 추가로 참여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관계자도 "학생모임 측 등과 23일 집회 준비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며 "각 단체별 대학 모임들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를 하면서 같이 힘을 모아 대응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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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학생·청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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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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