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둘러싼 갈등…대학가 곳곳 확산

21일 오전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무단 철거한 한국외대 당국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두고 대학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대 학생들은 교내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철거한 학교 당국을 규탄했다.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등은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외대는 외부단체 대자보 불허 입장을 철회하고 대자보 철거를 사과하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대학 내 다양한 담론과 학생들의 의사표현은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하며, 이견을 두고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폭력을 막는 게 교육기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각지 대학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와 연대 입장을 표할 뿐만 아니라, 토론회와 집회도 열고 있다”며 “이견과 갈등을 이유로 의사표현 자체를 막는 대학은 한국외대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교 측에 대자보 철거 사과와 부착 제한 방침 철회,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도 20일 성명서를 내고 “반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철거를 강행한 학교 본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학내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지켜온 담론의 장인 대자보를 철거하는 것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19일 국제교류처장·학생인재개발처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무책임한 의사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학내 구성원이나 자치기구가 아닌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교내 부착 및 관련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입장문 발표 후 캠퍼스 내 붙은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일부 철거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학생들이 20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를 위해 서울대학교에 설치된 ‘레넌 벽’ 훼손 사건 관련 고소장 제출을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자보 훼손으로 인한 한·중 학생들 간 갈등은 물리적 충돌을 넘어 고소와 고발, 경찰 수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명지대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두고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이 벌인 폭행 사건을 수사중이다. 지난 19일 중국 학생이 명지대 학생회관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위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덧붙이려다 한국 학생과 시비가 붙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20일 교내 ‘레논벽’ 훼손 사건을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서울대 중앙도서관 벽면에 설치한 레논벽은 지난 18일 훼손된 채로 발견됐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 모임도 교내에 내건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훼손됐다며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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