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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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탈북민은 헌법 의하면 우리 국민이다.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정부 지자체에도 보다 많은 지원 하도록 노력 기울이겠다”고 말했지만 서울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 북한 선원 추방 등을 바라보며 탈북민 사이에서는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탈북민 김지이씨는 19일 MBC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다문화에는 관심이 많은데 탈북민에겐 관심이 없다”며 “탈북민 단체가 정부 지원으로 수없이 생겼지만,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탈북민에 대해선 지원법이 있다”며 “(지원법에 따르면) 초기 정착 단계의 지원에 머무르고 있고, 그 단계 지나면 지속적 지원 없기에 아무래도 남쪽에 교육과정에서 살아온 분들에 비해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은 다문화도 아니고 헌법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다.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정부 지자체에도 보다 많은 지원을 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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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뒤집어씌우는 게 북한 수법”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불안과 분노가 번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연이어 일어난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과 북한 선원 추방의 영향이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을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던 배다. [사진 통일부=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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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일 동해에서 북한 주민 2명을 나포한 지 닷새 만에 판문점으로 송환했다. 정부는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일각에서 북송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북한에서 18년간 군 장교·경찰 생활을 했다는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성인 남성 2명이 16명을 죽였다는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해상 사고가 잦고 배를 타고 탈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9명 이상 배를 탈 때는 보위부에서 한 사람이 따라 탄다”며“선원증도 다 발급받아야 하는 배 위에서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이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북송 절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회장은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건 ‘죽는 길’이다”며 “난민들도 법무부에서 기준 잡고 판단하는 데 몇 달이 걸리는데 탈북민은 며칠 만에 보내버리는 게 어딨나”며 답답해했다. 이어 “설령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도 뭣 때문에 죽였고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했는지, 남한에는 왜 왔는지 다 밝혀야 하는데 아무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1999년 탈북했다는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 이사장은 “범죄를 덧씌우는 게 북한의 수법이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태국 대사관을 통해 탈북을 시도할 때 북측에서 날 쌀대금 8000만 달러를 빼돌리고 러시아에 마약을 판 범죄자로 몰았다”며 “다행히 태국 정부가 사실인지 검증해서 누명을 벗고 남한에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북한이 주장하면 그대로 믿고 보내버리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며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한국에서 정식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건데 그냥 북한으로 돌려보내면 어떻게 하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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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모자 사건 때 소외감 느껴
지난 7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42살 한모(여)씨와 6살배기 아들 김군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을 조사했을 때 한씨의 냉장고 안에는 ‘고춧가루’뿐이었다고 한다. 잔고가 0원인 통장도 발견됐다.
지난 8월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 마련된 탈북자 한모씨 모자의 추모 분향소 앞에서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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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회장은 “탈북 모자도 따듯한 손길 없어서 굶어 죽었는데, 이번 북한 선원 추방까지 알려지면서 ‘탈북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최근 북한과 마치 화해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탈북민들은 오히려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활동하고 있는 탈북난민인권연합은 이번 추석 때 10년 만에 처음으로 명절 행사를 열지 못했다. 김 회장은 “후원금과 물품이 명절이면 보통 2000만원 정도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없다”며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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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대응 vs 살인은 특별한 사례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민은) 어떻게 보면 우리 국민인데 우리 국민이 받을 수 있는 법률 서비스, 인권 보장에 대해서 조처를 한 뒤 추방해야 한다면 그때 결정해야 했다”며 “범죄자라고 해도 조사 자체를 하지 않고 돌려보냈다는 건 충분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하는 듯한 태도는 지양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듯 탈북민에게도 그런 권리를 보장해줘야 희망을 가지고 탈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사건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선원 추방 사건은 살인이라는 특별한 사례이고 남북관계 특수성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사례를 일반화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였고 여러 가지 법률에 의한 기본 조치도 있기 때문에 탈북민 복지 확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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