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본분, 대자보 철거 아닌 민주적 의사표현 보장"
"대자보 붙인 학생들, 외부단체 아닌 한국외대 소속"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홍콩 운동에 대한 지지 입장 표명을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학교 당국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민석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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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문성대 기자 = 한국외대가 지난 19일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외부기관의 이름으로 작성된 대자보 부착을 금지하기로 결정하자 한국외대 학생들과 노동단체는 학교 측이 민주적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연대 한국외대 모임·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한국외대지부·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사회과학연구회는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외대는 외부기관 대자보 불허 입장을 철회하고 대자보 철거를 사과하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한국외대의 결정이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토론과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외부단체'가 침입해 입장을 개진한다고 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외대는 노동자연대 소속 한국외대 학생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붙인 대자보를 외부단체의 대자보로 간주한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가 갈등 우려를 이유로 대자보를 떼기보다는 학교 구성원들 간 토론과 의견 개진을 장려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토론과 논쟁을 할 수 있게 보장하고 지원해야 마땅한 교육기관이 대자보를 훼손했다"며 "대자보를 두고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입을 막기보다 그 폭력을 막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 내 토론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교육기관의 의무를 방기한 무책임한 행태"라며 "전국 각 대학에서 홍콩 시위를 두고 구성원들 간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표현 자체를 막는 대학은 한국외대를 제외하고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가 밝힌 '외부단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여태까지 붙은 대자보는 학내 구성원들이 붙인 것인데도 '외부단체'라고 하는 것은 대자보를 막으려는 명분"이라며 "정치단체나 모임에 소속돼 의사표현을 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인데, 학교 등록단체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표현이 억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문학과 16학번 이건희씨는 "홍콩 청년들은 실탄과 최루탄이 발사되고 있지만 계속 싸우고 있고 한국 청년들에게 호소하고 있다"며 "학교는 세계를 보려는 학생들을 막지 말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유학생은 "유인물을 붙일 때마다 중국인 유학생이 올까봐 불안하고, 도망간 적도 있는데 '내가 도둑인가' 싶어 속상했다"며 "학교는 민주주의 국가답게 대자보를 다시 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20일 성명을 내고 "일방적 철거를 강행한 학교 본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게시물 철거는 안전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 아니라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학교 측을 규탄했다.
한국외대는 홍콩 시위 대자보를 둘러싸고 한국학생과 중국인 유학생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부단체 명의의 대자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국제교류처장과 학생·인재개발처장은 안내문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개개인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학교는 우선적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면학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며 "무책임한 의사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학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홍콩시위 대자보 부착에 대한 학교 안내문과 대자보 부착 제한을 규탄하는 학교 구성원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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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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