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2500명→2200명…소·부·장 중소중견기업 배치 인원↑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계획' 심의·확정

박사과정, 1000명 유지·박사학위 취득 의무화 등 복무 강화

석사, 300명 감축…중소·중견 기업 전문연구요원 대기업 전직 금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이공계 석박사 인력들의 대체복무제도인 전문연구요원제도 개편 작업이 큰 정원 축소 없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형평성 등을 명분으로 전문연구요원제도 정원 대폭 축소를 검토해 왔지만 전 국가적 차원의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자립화 이슈에 힘입어 석사 전문연구요원 300명 감축 수준에서 접점을 찾았다. 전체 정원은 2500 명에서 2200 명으로 다소 줄어들지만 소·부·장 등 중소·중견기업 배치 인원은 오히려 늘어난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지난 8월 23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주제의 토론회 모습. 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정원 유지…박사학위 취득 의무화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21일 오전 8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대 초반 이후 예상되는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병역의무 이행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에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하고 11개월간의 긴밀한 논의를 통해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활용을 목적으로 박사과정 수료자 및 석사학위 취득자들이 개인연구 또는 병역지정업체에 3년간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먼저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은 최근 소·부·장 분야 지원책을 마련하는 과정 등에서 고급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이 전 국가적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를 반영해 현 지원 규모 1000 명을 유지하되 복무를 강화하도록 했다.

단순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연구과정이 병역의무 이행으로 간주돼 형평성 논란이 지속 제기돼 온 만큼 박사학위 취득을 의무화했다. 정부는 복무기간으로 인정되던 박사학위 취득과정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줄어든 1년의 기간은 학위 취득 후 기업·연구소 등 연구현장에서 복무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병역의무 이행의 형평성이 높아지며 연간 1000명의 연구 인력을 기업 등에 추가로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되므로 기업의 고급 연구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개선된 제도는 현재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전문연구요원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오는 2023년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인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또 대학 연구의 특성을 고려해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시간 관리를 일단위(8시간)에서 주단위(40시간)로 전환한다. 심야연구, 장기간 프로젝트 참여 등 대학의 연구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기업의 근무시간과 동일하게 복무시간을 설정함에 따라 부실복무의 원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어 이를 개선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연구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사 전문연구요원, 1200명으로 감축…대기업 전직 금지

다만 현행 1500 명인 석사 전문연구요원 정원은 1200 명으로 300 명 줄어든다. 오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하지만 시급성이 요구되는 소·부·장 관련 분야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되는 인원은 오히려 확대할 계획이다. 석사 전문연구요원 중소·중견기업 배정인원은 올해 1062명에서 내년 1200명으로 늘어난다.

정부출연연구소, 대학연구소 등 비교적 충원이 용이한 병역지정 업체는 일반채용 또는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배정을 통해 기존 연구 역량을 유지할 수 있으며 고급 연구인력 확보가 시급한 중소·중견기업의 연구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아울러 소관부처(교육부, 과기정통부, 중기부)의 병역지정업체 감독 및 인원배정 추천 역할을 강화하고 최근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취약성과 중요성이 부각된 소·부·장 관련 분야에 전문연구요원을 집중 배정함으로써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배치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소·부·장 관련 중소·중견기업 배정 인원을 확대해 현 경제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중소·중견기업에서 복무하던 전문연구요원의 대기업 전직은 막는다. 그동안 중소·중견기업에서 복무 중인 전문연구요원은 18개월 복무 후에는 대기업으로 전직이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중견기업 연구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했으나 향후에는 대기업으로 전직하지 못하도록 해 중소·중견 기업에 연구 인력이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한편 정부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비롯한 모든 대체복무에 대해 부실복무 및 고용주 불공정 행위 신고가 활성화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며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기초군사훈련 기간의 보수를 국가가 지급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