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 홍콩 인권법안 통과시켜 대통령 서명만 남아…“연내 협상 타결 어렵다” 관측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 고지를 앞두고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관세 철회와 미국산 농산물 구입 확대 등 여러 문제를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개월째 시위가 지속되는 홍콩 사태가 1단계 합의 성패 걸림돌로 떠올랐다.
미국 상·하원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이 의회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하원은 이날 상원이 전날 만장일치로 가결한 홍콩 인권법안을 찬성 417표, 반대 1표라는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중순 자체적으로 홍콩 인권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전날 상원이 비슷한 법안을 가결하자 최대한 빨리 법안을 성립시키기 위해 일반적인 조정 절차를 거치는 대신 상원 법안을 그대로 표결에 부쳤다.
중국은 이미 법안이 성립되면 보복에 나설 것을 천명한 상태다. 그러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21일 자신에게 보내질 홍콩 인권법안에 서명할 계획이다.
미·중이 지난달 1단계 무역합의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나서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웠던 무역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로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제 협상이 결렬, 원점으로 돌아올 민감한 단계에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여기에 홍콩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트럼프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중국은 홍콩 인권법안이 내정간섭이라며 보복 조치를 언급해 트럼프가 서명해 법이 성립하면 무역협상에서 더욱 강경하게 나갈 것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는 여야의 초당파적인 지지를 얻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 공개청문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는 없다.
내년 대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편하려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 작지만, 첫 승리(1단계 무역합의)를 거두거나 아예 결렬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만일 협상이 결렬되면 미·중 관세 전쟁이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애플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플에 대한 대중국 관세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2월 15일 이전에 1단계 무역합의에 실패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포함해 1600억 달러(약 188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과적으로 칠레가 이달 개최하기로 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사회 불안에 취소하면서 ‘나비효과’가 일어난 셈이다. 애초 미·중은 APEC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1단계 무역합의문 서명을 성사시켜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무산되자 다시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새롭게 협상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이와 관련해 연내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 관영언론들의 강경론도 이런 비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번 주 초 “시진핑 주석은 최근 브라질 방문을 올해 마지막 외유로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날 트위터에 “미·중이 곧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며 “중국은 합의를 원하지만, 무역 전쟁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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