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스타가 열린 부산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만 보던 유명 개인방송 진행자들이 부산을 찾는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벡스코에 모인 것이다. 특히나 백만 명 단위 팬을 가지고 있는 유명 스트리머들의 인기는 가히 연예인급 이상이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개인방송 열기가 뜨겁다 보니 미국 트럼프 대통령까지 트위치를 시작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에만 몰두해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다.
개인방송 열풍은 게임 캐릭터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는 취미로, 일부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개인방송을 진행한다. 그 중에서는 존재 자체만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이들도 있지만, 인기가 고픈 몇몇은 방송을 위해 별의별 위험천만한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구독과 좋아요, 팔로워 수 늘리기를 위해 오늘도 주야장천으로 뛰어 다니는 게임 속 개인방송 진행자 캐릭터들을 살펴보자.
TOP 5. 철권 7 - 줄리아 창
철권 3부터 개근해 온 네이티브 아메리칸 소녀 줄리아 창. 사실 그녀는 남코로부터 홀대받는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스토리도 산림을 복원한다는 평이한 이야기에서만 떠돌고, 기본 복장이나 코스튬 역시 타 캐릭터에 비해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줬다.
그런 줄리아가 철권 태그 2부터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의문의 복면 레슬러 ‘제이시’로 출전해 충격을 안겨준 데 이어, 철권 7 FR 시즌 2 추가 캐릭터로 참전하면서는 스트리머 속성까지 추가됐다. 등장부터 “방송 시작~ 준비 됐어?”라며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어, 레이지 아츠 시에는 “시청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심지어 승리 시에는 “구독 부탁해~”로 마무리까지. 아무래도 대전 장면을 인터넷에 올리는 격투 방송 진행자로서의 길을 걷기로 한 듯 한데, 남코는 하루라도 빨리 줄리아 방송 채널 주소를 공개하라.
▲ 저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구독이 안 되는데 어찌 된 일이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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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4. 보더랜드 3 - 칼립소 쌍둥이
보더랜드 3 메인 악역인 칼립소 쌍둥이 남매는 꽤나 매력적인 악역이다. 게임성에 비해 캐릭터 화제성이 떨어져 졸개 캐릭터인 사이코밖에 내세울 게 없던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게이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사로잡은 건 게이머 뿐이 아니다. 게임 내에서도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개인방송인이기 때문이다.
이 남매는 꽤나 분업이 잘 돼 있다. 타이린은 방송 진행을, 트로이는 기획을 맡고 있어 꽤나 완성도 높은 방송을 선보이는 모양이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곳곳에서 이들이 하는 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 ‘홀리 브로드캐스트 센터’라 이름 붙여진 해당 스트리밍 방송은 주로 황야를 떠도는 밴딧들이나 이들이 교주로 있는 ‘볼트의 아이들’이 시청하고 있다. 전투 중 “스캐그 혀로 만든 목걸이를 보낸 추종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파리가 꼬여서 곤란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예쁩니다!" 같은 도네이션 감사 메시지를 듣고 있으면, 나는 열심히 싸우는데 쟤네는 방송 하며 편하게 보내는구나 하는 분노에 전투력이 절로 상승한다.
▲ 행성을 넘나들며 인기를 끄는 칼립소 남매의 방송 (사진제공: 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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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3. 더 크루 2 – 주인공
2018년 출시된 오픈월드 레이싱게임 ‘더 크루 2’는 전작과 꽤나 다른 콘셉트로 나왔다.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후 사법거래를 위해 적진에 잠입한다는 스토리, 경찰차에 쫒기며 맵을 질주하는 게임성이 전작의 특징이었는데, 이번 편은 무명의 드라이버인 주인공이 여러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스타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따라서 게임 분위기 자체가 꽤나 가볍고 경쾌하다. 그 중 백미는 주인공이 유명세를 타기 위해 자신의 레이싱을 찍은 영상을 SNS 등에 업로드 해 팔로워를 모은다는 점이다.
사실 인터넷에 널린 것이 레이싱 영상이기에, 평범한 운전으로는 팔로워를 모을 수 없다. 기본 레이스 외에도 각종 스턴트 액션과 육해공을 오가는 포토 미션, 초고속 주행 등을 수행해 가며 아찔한 영상을 수없이 업로드해야 한다. 재밌는 점은 황야에서 각종 묘기만 반복해도 꾸준히 팔로워가 늘어간다는 것인데, 그 때문에 몇 시간 동안 ‘팔로워 노가다’를 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현실이라면 저런 반복 영상만 도배해 올리다간 있던 팔로워도 떨어져 나가기 마련인데... 어쨌든 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해피 엔딩!
▲ 여기서 뛰어내리면 구독자가 늘어나나요? (사진출처: 더 크루2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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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2. 오버워치 - D.Va 송하나
오버워치 최고의 인기 아이돌 D.Va 송하나. 부산 시내 고층건물에 그녀의 전신 사진이 수도 없이 걸려 있는 것만 봐도 그녀의 인기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뛰어난 스타성을 갖춘 그녀가 개인방송을 진행한다면, 사람이 안 몰리는 것이 이상하다. 송하나가 개인방송을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지만, 구체화된 것은 2018년 공개된 나노 콜라 이벤트에서다.
해당 업데이트에선 나노 콜라 모델이 된 D.Va 스킨 외에도 다양한 스프레이와 감정 표현이 담겨져 있는데, 이 감정 표현 중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송하나의 모습이 비춰진다. 이를 가만 보면, 전투 중 진행하는 생방송 시청자 수가 무려 5,277만 명을 넘는다. 2019년 대한민국 인구가 5,100만 명이고 저출산과 옴닉 사태 등으로 인해 오버워치 시대에는 더욱 감소할 것임을 감안하면, 그녀의 팬은 전세계에 고루 퍼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TS에서 시작된 월드스타의 명성을 송하나가 더욱 키워 이어받은 것이 아닐까?
▲ 자세히 보면 시청자 수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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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1. 비시바시 채널 – 플레이어
오락실에서 ‘다다다다다’ 소리를 담당하는 미니게임 모음집 ‘비시바시’ 시리즈. 얼핏 스토리가 없어 보이는 이 게임에도 탑을 올라간다는 간략한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최신작인 비시바시 채널에서는 조금 달라졌다. 스스로 인터넷 생방송 진행자(한국어판에서는 파워블로거로 번역)가 되어 괴악한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팔로워를 끌어모으는 것이 목표가 된 것이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낚시나 주사위 맞추기 등 평범한 게임도 있지만, 떨어뜨리는 비싼 스마트폰 놓치지 않고 잡기, 볼일이 급한 상황에서 문 부수기, 닌자 격퇴, 남의 금고 열기, 사람 무는 좀비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기 등 가학적 콘텐츠도 존재한다. 가만 보고 있자면 ‘인기 얻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도 처음엔 10명, 100명으로 시작한 팔로워 수가 방송 30여 번 만에 100억 명(!!)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절로 뿌듯해진다. 지구인 76억 명에 우주인들까지 내 방송을 보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펭수’가 목표로 하는 우주 스타다.
▲ 100억 명의 팔로워를 모으자! (사진출처: 비시바시 채널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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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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