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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생활고 겪다 숨진 일가족 이웃들 "얼마나 힘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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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배달 음식 잔뜩 주문한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일가족 등 4명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모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등 4명이 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A(49·여)씨 가족 등 4명이 살았던 아파트 입구 복도에는 21일 외부인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한 '폴리스라인'만이 당시의 참담했던 비극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들이 거주했던 아파트 앞 복도 구석에는 최근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우산 여러 개와 여행용 가방 등의 물품이 놓여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이들이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택배 상자 4개가 쌓여 있었으나 개봉한 흔적은 없었다.

상자들 옆에는 치킨 등 주문 음식 찌꺼기가 가득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이웃 김모(63)씨는 "지난 주말쯤 배달원이 양손 가득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봤다"면서 "A씨 가족 등 4명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먹으려고 음식을 잔뜩 주문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김씨는 "A씨 가족은 8∼9년 전부터 이곳에 살았다. 2∼3년 전부터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며 "마주치면 말없이 목례만 할 정도로 조용한 이웃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웃 박모씨는 "A씨 일가족 소식은 뉴스로 알게 됐다"며 "심한 생활고를 겪었다고 들었는데 A씨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며 고저를 저었다.

연합뉴스

숨진 일가족이 먹고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배달음식 찌꺼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 A씨 가족은 주거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바리스타 일을 하다가 손 떨림 증상으로 지난해 실직한 뒤 1년 가까이 매월 평균 24만원의 주거급여를 받아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아들(24)도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학생인 딸(20)은 휴학 중이었다. 나머지 1명은 몇 달 전부터 함께 살던 딸의 친구(19)로 확인됐다.

A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생계유지 어려움으로 긴급지원을 신청해 지자체로부터 3개월간 매달 95만원씩을 지원받기도 했다.

긴급지원이 끊긴 뒤에는 주거급여 이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웃들은 A씨 가족의 어려움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씨 가족은 관리비 등을 체납한 적이 없었다"며 "A씨 가족에 대한 개인 사정은 알 길이 없어 더는 설명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A씨 가족 등 4명은 지난 19일 낮 12시 39분께 이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내부에는 이들이 각자 쓴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자녀 둘을 데리고 생활하면서 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자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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