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권익협의회, 제도개선 촉구
암환자 외래진료 상급종합병원 등
요양병원과 진료비 정산 번거롭다며
환자에 수백만~수천만원 대납 강요
진료비 부담스러워 집단퇴원 사태도
복지부 "진료 병원서 청구 허용 추진"
반면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암환자는 진료비의 5%만 내면 돼 수백만~수천만원이나 하는 건강보험재정 부담분까지 ‘대리 선납’하기 부담스러운 환자들이 요양병원을 집단 퇴원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암환자 단체인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2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협의회가 미리 배포한 성명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들이 대형병원에서 외래로 항암·방사선치료 등을 받을 때 요양병원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한 개정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이 이달 1일 시행되자 곳곳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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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당국은 대형병원에서 암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치면 요양병원 입원자인지 여부를 알 수 있게 조회 시스템도 보완했다. 건강보험재정 부담분 진료비 지급청구 주체가 외래로 항암·방사선 치료를 한 대형병원, 아무런 진료도 하지 않았지만 환자가 입원한 요양병원으로 이원화돼 있어서다.
김성주 협의회 대표는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1회당 40만원인 방사선치료를 30회 받은 경우 건강보험법령은 총 진료비 1,200만원 중 본인부담분 60만원(5%)만 내도록 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당국에 지급 신청해 수개월 뒤 받게 되는) 건강보험재정 부담분 1,140만원(95%)를 환자에게 대리 선납하고 납부영수증을 요양병원에 제출해 정산받으라고 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암환자 진료비의 95%는 암환자를 치료한 상급종합병원 등이 요양병원과 협의해서 정산하는 게 원칙인데 복잡한 진료비 정산을 피하려고 의료약자인 암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암에 걸려 생업을 포기한 경우도 많은데 ‘돈 없으면 집에서 통원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전퇴원, 유전입원’에 다름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이런 부조리를 방치한다면 지방에서 상경해 대형병원에서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환자들은 수십일간 모텔에서 지내거나 매일 그 힘든 항암·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과 지방을 오가야 할 판”이라고 신속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암환자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위암 4.3일, 유방암 7.6일에 불과하다. 그래서 퇴원 후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외래로 항암·방사선치료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형병원들은 외래진료를 받는 암환자 가운데 요양병원 입원자가 많아 본인부담 진료비만 받을 경우 전국에 산재한 요양병원들을 경유해 나머지 95%를 받는데 들어가는 행정부담이 상당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보건복지부도 대형병원의 행정처리가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관련 고시를 고쳐 암환자에 한해 외래진료를 한 대형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의 95% 지급 심사를 직접 청구하도록 빠른 시일 안에 개선할 계획이다”며 “입원한 암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는 날에 대해서는 요양병원 일당(日當) 정액수가를 깎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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