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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응석과 애교는 ‘모자람’의 증명
요즘 직장에 떠오른 새로운 고민 거리로 ‘신입 증후군’이 있다고 한다. 조직에 생생하고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대감을 한몸에 안고 입사한 신입들로 인해 각 직장마다 뜻밖의 ‘난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직장, 모든 신입 사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일은 아니다. 일부 ‘곱게 자란’ 신입 사원의 엉뚱하고도 돌발적인 언행에서 파생된 문제로, 요즘 젊은 세대들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매니지먼트, 즉 ‘자식 사랑’이 초중고를 넘어 대학은 물론 직장에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 부모가 직장 상사에게 전화로 어필을 하거나 부서를 바꿔 달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지금 같은 취업난 시대에 ‘누가 그런 응석을 부리겠는가?’라는. 하지만 직장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모 회사 부장급 간부의 말이다. “우리 회사는 연수원에서 교육받고 부서 배치받은 신입에게 매년 서울과 지방 지점 순회 교육을 실시해. 지방 지점을 방문하는 경우 밤늦게 귀가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곳에는 숙박을 하는 일도 있지. 물론 아무리 밤늦게 퇴근해도 다음 날 아침에 출근 시간은 지켜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런데 한 신입 사원 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해 ‘우리 아이가 매일 지방 출장을 다니는데 그렇게 힘든 일을 왜 시키는지 모르겠다. 또 밤 12시가 다 되어 퇴근하는데 아침 출근 시간 3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한 지시 아니냐’며 어필을 하더라고. 말은 예의를 차렸는데 직장 생활 20년 넘게 하면서 그런 전화를 처음 받아서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더라니까.” 이 신입 사원 어머니의 말이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조직의 입장에서는 분명 ‘낯선 다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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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것을 단순히 ‘요즘 세대’의 특징이자 개성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가 조직에 남는다. 또는 부모의 과도한 코칭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취직한 세대들의 공통점일지 모른다. 물론 직장도 변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 최저 임금 준수, 직장 내 갑질 문화 퇴치, 주말과 저녁이 보장된 삶, 상하 직급에 의한 직장 질서보다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소통의 문화 등등 아직까지 대한민국 직장 문화에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직장은 밀레니얼 세대 신입들이 겪은 학창 시절의 조직 문화와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직장은 철저한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사각 링이다. 너무 살벌한 용어로 겁주는 거 아니냐고? 직장 생활 딱 1년만 경험해도 ‘아, 어떤 의미의 말인지 알 것 같아요’라며 공감할 것이다.
각 언론사는 신입 기자 시절 경찰서 출입을 경험시키는 문화가 있다. 트렁크에 속옷 등을 잔뜩 챙겨와 거의 밤을 새며 서울 시내 각 경찰서에서 당직을 선다. 저녁, 밤, 새벽마다 이른바 ‘사회부 캡틴(캡)’ 혹은 ‘바이스’라는 선배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한때 길게는 이 기간이 6개월도 넘었다. 지금이야 보통 1개월에서 3개월이라고 한다. 물론 과거에도 정신적 스트레스와 체력적 한계로 이 과정에서 그만두는 신입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열흘 정도 지나면 사회부 캡틴과 부장 심지어 국장에게도 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애를 너무 혹사 시키는 것 아닌가요?”라는 항의성 멘트와 함께. 물론 이 교육이 꼭 필요한지, 이 교육 과정을 거쳐야만 유능하고 올바른 기자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해서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 교육 과정을 대폭 축소하고,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직장, 신입 사원, 고참 기자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 교육 과정의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른바 ‘부모 찬스’, ‘응석 찬스’가 직장에까지 확산된 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혼자 결정 내려 보지 않은 경험은 자칫 남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응석으로 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직장은 대학 선배가 후배를 챙기듯, 부모가 자식을 챙기듯, 부족한 2%를 채워 주는 따뜻한 그 기억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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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S기업 기획부에 K사원이 입사했다. 이제 입사 1년 차다. 일류대 졸업에 스펙 빵빵하고 외모까지 뛰어나 신입 사원 연수 마칠 때는 각 부서에서 스카우트 쟁탈전까지 벌어진 재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막상 부서 배치를 받고 얼마 되지도 않아 K사원은 부서에서 기피 인물이 되었다. 연말 인사 방출 대상 1호라는 소문도 돈다. 하루아침에 신뢰도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그가 아직도 직장 생활을 학창 시절과 혼동하기 때문이다. K사원은 부장을 대학 동아리 회장으로, 차장이나 과장은 신입생 시절 3학년 복학생 선배 정도로 대한다. 부장에게 보고 시한을 어길 때도 있고 지각은 물론 근태 지적도 빈번하다. 그때마다 부장은 조용히 타일러도 보고 따끔하게 혼도 내 보지만 K사원의 반응은 직장인으로서의 기본 자세도 모르는 듯하다.
“부장님,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더 잘해 보려다가 보고 시기를 놓치고 늦어진 거예요. 다음부터는 잘할게요, 네? 이번만 봐주세요. 그럼 부장님, 그렇게 알고 전 가겠습니다. 헤헤헤.” 마음씨 여린 부장은 막내 동생 같은 K사원의 애교 섞인 살가움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넘어가지만 이를 바라보는 선배나 동료들의 속내는 부장과 똑같지 않다. 보다 못한 선배들도 그를 불러 타일렀지만 그때마다 그의 반응은 예상외다. “아니, 빡빡하게 왜 그래요. 살다 보면 지각할 수도 있고 또 급한 일이 생겨서 일을 내일 처리할 수도 있지요. 같은 부서에서 이 정도 편의는 서로 봐줘야 하는 것 아녜요?” 선배들과 부서원들은 그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니, 회사를 무슨 대학 동아리로 알아. 저렇게 제멋대로 굴면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겠어. 부장님도 너무 마음이 좋으셔서. 차장님이라도 따끔하게 혼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이번 연말 인사 때 다른 부서로 방출해 버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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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원이 부서에서 퇴출되지 않을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마감 정신’이다. 출근 시간에도 마감이 있고 근무 시간에도 마감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지시의 마감 시한이다. 회사에서는 각 부서가 톱니 바퀴와 같다. 그것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야 회사라는 큰 조직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뤄 낸다. 부장이 K사원에게 지시한 일은 아무리 작은 톱니바퀴일지라도 일정 시간에 맞춰 그 부속을 완성해 납품해야 한다. 그래야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과 연결되어 더 큰 톱니바퀴를 만들고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K사원이 그 시간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부서는 물론 전체 조직의 ‘시작’이 늦어지고, 결국 직장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조직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못하겠다면? 스스로 그만두고 출퇴근 자유롭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혼자만의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 마감 정신도 없이 “우리끼리 빡빡하게 왜 이러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결국 조직이 K사원을 버릴 수밖에 없다.
여기 또 다른 예가 있다. S기업 관리부에 입사한 L사원의 이야기를 보자. L사원은 대학 시절 봉사 활동은 물론 다양한 동아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던 스펙에다 성격 또한 서글서글하고 활달하다. 그는 면접 때 희망 부서로 해외 영업부나 국내 영업부를 지원했고, 합격했다. 하지만 그가 연수 끝나고 배치받은 부서는 자신의 희망과 다르게 관리부였다. 회사는 그를 해외 영업부 근무에는 외국어 실력이 조금 뒤떨어진다고 평가하고 대신 능동적인 성격에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총무 역할을 도맡아 했던 경력을 평가해 관리부에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L사원은 관리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니 스스로 적응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외톨이가 되었다. 나름 실력을 갖췄지만 부서원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않는다. 그의 불만은 단순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사 배치는 직원의 능력을 고려해야 하는데 제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어요. 난 가만히 앉아서 기안 작성하고 서류나 정리하는 관리부에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그리고 배울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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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이나 선배들은 ‘그래, 이 정도의 불만은 가질 수 있겠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L사원은 점차 ‘선을 넘었다’. 그는 틈만 나면 입사 동기가 있는 해외 영업부를 들락거렸다. 점심도, 때론 해외 영업부 회식 자리에도 참여했다. 그것도 ‘귀여운 신입의 돌출 행동’ 정도로 봐줄 수 있겠지만 L사원은 해외 영업부원들에게 관리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관심 있게 들었지만 점차 해외 영업부 직원들도 L사원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외 영업부에서도 L사원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 상황이 되었고 요즘은 회식 자리에 따라가려 하면 동기로부터 냉정히 거절 당하는 상황이다. 관리부에서는 그를 아예 열외로 취급한다. 처음에는 몇 년 근무하고 순환 보직으로 해외 영업부로 배치받을 수도 있다고 설득했지만 그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다. 오로지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L사원, 그는 관리부에서도 업무 시간에 자신이 부족한 외국어를 공부한다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관리부원들은 이제 L사원을 단순한 신입의 불만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L사원은 이제 선택지가 없어졌다. 그에게는 연말 인사 평가에서 ‘퇴출 딱지’가 붙는 일만 남은 것이다.
L사원이 원하는 부서에 배치되지 못했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이곳 저곳에 자신이 해외 영업부에 적임자라고 떠들고 다녀도 그것을 안쓰럽고 귀엽게 봐 줄 조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순환 근무라는 것은 조직을 두루 알 수 있는 기회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한 사람만이 조직의 운용 시스템을 이해해 업무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고 승진도 할 수 있다. L사원은 우선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L사원은 관리부 1년 차 사원일 뿐이다. 선배에게 저녁 술자리에서 푸념을 잠깐 늘어놓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선배가 당신의 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내일 당장 사표를 멋있게 던지고 나와도 될 정도로 물려받을 유산이 많지 않다면 1년 차 사원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업무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관리부에서의 성과가 확연히 보이고 상사와의 면담이 있을 때 꾸준히 ‘원하는 부서로 해외 영업부를 주장하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또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긴 외국어 공부 역시 근무 시간에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상식이다. 출퇴근 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열공하면 된다.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내공을 쌓고 무기를 다듬어야 한다.
게다가 L사원의 결정적인 실수는 관리부 직원들은 물론 해외 영업부 직원들에게도 그런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더구나 해외 영업부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관리부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것이다. 관리부나 해외 영업부나 다 한 조직이다. 사무실을 달리 쓴다고 다른 회사가 아니다. 모두 S기업의 조직원이고 그들은 한 배에 올라탄 공동 운명체다. L사원의 관리부에 대한 불만과 험담을 단순히 관리부로 국한해 들을 해외 영업부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아마도 그들은 L사원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이 친구 상식이 없군. 어떻게 자기 부서원을 험담할 수 있지. 더구나 같은 회사 바로 옆 부서에서. 여기서 들은 이야기도 다른 부서에서 다 이야기할 친구네”라고 평가할 것이다. 한 번의 실수나 투덜거림으로 회사가 1년 차인 당신을 내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사는 그런 당신을 주목한다. 또 다시 같은 실수와 원망을 반복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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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레이스, 배우고 또 배우는 직장 생활
직장 생활, 지름길이 없다. 박사 학위 줄줄이 갖고 세계적 인재로 평가받아 S급 인재로 영입되는 ‘천재’들이나, 회장님 아들 혹은 최소 조카 정도가 아니라면, 맨 밑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입부터 시작해야 하고, 부서 배치도 회사 방침에 따라야 한다. 회장님 아들이 요즘 사회 화두로 떠오른 ‘공정’과 위배되고, ‘아빠 찬스’ 아니냐고? 글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도 답이 없다. 아무튼 그나마 신입들에게 유일한 공정은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점이다. 직장 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장거리 레이스다. 출발은 빠를 수도 있지만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것은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이때 조직은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 각 사원들에게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 같은 역할도 해 준다. 때로는 속도를 내라고 채찍질하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불안해질 정도로 속도를 늦추라고, 심지어는 돌아가라고도 한다. 직장 생활의 목표는 개개인이 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정해 놓은 지점, 그것이 임원이라는 별을 다는 것이든 혹은 무사평탄하게 정년퇴직을 하든, 아니면 조직의 각종 시스템과 여건을 이용해 ‘나만의 인맥과 콘텐츠를 완성’해 독립을 꿈꾸든, 그 목표 지점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신병 훈련소에서 조교들은 이런 말을 종종 쓴다. “사회에서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라. 여기서는 똑같은 훈련병이다.” 맞다. 어느 조직이건 그 조직 문화에 익숙해지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 영리한 직장 생활의 지름길이다.
대학 동아리는 이해 관계 집단이 아니다. 그야말로 선후배 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원활한 선후배 간의 소통을 위해, 또 관심 분야가 같은 관계의 교집합이다. 서투르다고 방출하지 않고 모임에 늦었다고 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직장은 다르다. 그들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각자의 능력만큼 일을 하고, 그 대가를 월급으로 지급받는다. 직장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 누군가 부상을 당하면 그를 부축해서 후방으로 탈출시키고 단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며 싸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오늘의 직장에서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낙오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모든 의미에서 늦는다. 물론 지금 내가 놓친 버스 대신 다음 버스를 탈 수는 있다. 하지만 도착 시각에 분명 차이가 있고 한 번 버스를 환승하지 못하면 그것은 두 번 늦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낙오’ 즉 실패를 의미한다. 한 사람의 부적응자를 구하기 위해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이 살벌한 전쟁터에도 웃음과 뜨거운 동지애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 또한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을 때만’ 혹은 ‘매우 유익한 존재’일 때만 그렇다.
▶주니어에게 기대하는 최대 덕목 ‘적극성’
직장에서 신입 사원에 거는 기대에는 일정 수준의 선이 있다. 숙달된 업무 능력을 기대하거나 경력자가 만들어 내는 작품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업무에 임하는 태도, 즉 활발하고 호기심, 또 그것이 능동적인 업무로 연결되는 딱 그 수준이다. 심지어는 ‘도움은커녕 짐이 되어 안고 업고 가는 존재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상사들도 많다. 물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직장 생활을 하겠다는 의욕이 앞서 나서야 될 자리, 말해야 할 위치를 벗어나 온갖 것에 참견하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적극성과 능동성이란 부서 공통 업무에 대한 태도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 일 처리도 깔끔하고 시간도 잘 지키고 업무 숙달마저 재빠르다면 합격점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 여기에서 적극성이 드러난다. 상사는 시키는 일,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고 몰두하는 것에도 물론 만족감을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상사들은 항상 업무 이외의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물론 이 업무 역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신입 1년 차에게 핵심 프로젝트를 맡기는 정신 나간 상사는 없다. 그런데도 묘하게 부서 내에는 ‘누군가 나서서 해 주어야 할’ 업무가 분명 존재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각종 수치를 종합해 PT 자료를 만드는 것, 국내외 유사 업종의 동향 분석 등등이다. 여기서 차이가 난다. 이 일들은 각자 맡은 업무 외의 일이다. 부수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각 프로젝트팀에서 모두가 필요한 기본 자료 같은 것이다. 이 업무를 능동적으로 나서서 해야 한다. 그저 주어진 일에만 열심이고 공통의 것은 애써 못 본 척하는 태도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점수가 깎인다.
“K사원은 자기 일은 잘하는데 딱 거기까지야. 알아서 기본 데이터나 자료 정리를 해 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을 일일이 지시해야 하나. 좀 소극적인 것 같아”라는 상사들의 인식 출발이 바로 이 지점이다. 누구나 편한 것이 좋다. 같은 월급 받고 일하는데 1시간 더 일하고 내 일도 아닌데 찾아서 하는 것, 누구나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욕심도 욕망도 없어”라고 10년 경력자처럼 말하는 신입도 있겠지만 그와 비슷한 능력에 적극성까지 갖춘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면 그는 순간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회사도 K사원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다.
즐거운 점심시간. 모처럼 부장님의 한턱으로 매일 같은 백반집 순례에서 벗어나 오늘은 중식당이다. 각자 볶음밥, 짜장, 짬뽕을 시킨다. 부장님이 메뉴판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탕수육, 유린기, 고추잡채에다가 깐풍기. 그리고 군만두요.” 부원들은 일제히 움직인다. 냅킨 깔고 수저를 가지런히 올리고 따뜻한 물에 단무지까지 부장 앞에 늘어놓는다. 이윽고 음식이 나온다. 달콤한 탕수욕,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다. 부장님, 차장님 순서로 드리고, 이때 식사가 나온다. 볶음밥, 짜장. 다들 자신의 식사에 집중한다. 이윽고 요리가 나온다. 유린기, 깐풍기, 다 맛있다. 그렇다. 다 맛있는 것 알고 있다. 여기서 서로 간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 각각의 식사는 하면서 공통의 것은 적당히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먹는 것. 내 앞에 놓인 볶음밥은 어차피 내 몫이니, 공통의 몫인 탕수육만 집중 공략하는 이가 분명히 있다. 조금 얄밉지만 딱히 먹는 것 가지고 쩨쩨하게 굴 수도 없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속으로 생각한다. ‘저 친구는 자기만 아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부족하군. 공동체 의식이 없어’라고. 그렇다. 자신의 것을 먹는 데 집중하고 공통의 몫은 서로의 만족감을 배려하면서 먹어야 한다. 업무에서는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각자의 것은 깨끗이 마무리하고 공통의 것에 적극적으로 대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부서 밉상’을 면한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원으로 인식되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통의 일, 특별하게 업무 분담이 안 된 일 그러나 모두에게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막상 해 보면 이런 일들이 그리 어렵거나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다. 관심과 배려 그리고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회식 자리에서 고기 잘 굽고, 노래방에서 신나는 인싸 노래로 분위기 띄우고, 부장님 한 마디에 100점짜리 리액션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무실에서 보여 주는 작은 적극성이 당신의 존재를 더 빛나게 한다. 이조차도 관심 없고 싫다면, 방법은 하나다. 회사 사장까지 깜짝 놀랄 정도의 성과를 1년에 한 번씩만 터트리면 된다. 그런데 이 일은 어디 쉬울까?
[글 박기종(커리어 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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