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여자교도소 수용동 복도. 거실 철제문이 굳게 닫혀 있다. 청주여자교도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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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교도관이라 하면 수용자들을 감시하고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 ‘간수’의 역할만을 생각하지만, 이 계호 업무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수용자들에 대한 상담 업무다.
자유로운 바깥 세상에 있다가 교도소에 수용된 이들은 대개 수용 첫 날부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여성 수용자들 중에서는 남편이나 의붓아버지 등의 지속적 폭력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상대를 살해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다 아이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 중 대부분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청주여자교도소 심리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A상담사는 “우울,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며 “정신질환으로 약을 먹는 수용자가 150여명 정도인데, 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제 약 200명 정도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수용자가 750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청주여자교도소의 경우 보안과 심리팀에 설치된 심리치료센터에서 △아동학대 △성폭력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청소년 범죄 △상습폭력 등에 대한 11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은 청주여자교도소 내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아동학대나 성폭력 프로그램은 전국 여자수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수백 명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센터에 상담사가 둘밖에 없다 보니 수용자 모두가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는 어렵다. 우선 1차적으로 수용동에 있는 담당 교도관이 상담을 하고, 이 때 상담 과정에서 심리적 이상징후가 보이면 해당 교도관이 심리치료센터에 상담을 의뢰하는 식이다. 상담이 반드시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한 경우 생명의 전화 등 외부 전문가와 연결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상담사 또한 교도관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역할 충돌’이 발생하는 점이다. 교도관으로서 수용자를 엄하게 지적하고 통제하다가, 상담 업무에선 갑자기 마음을 보듬는 역할을 해야 하니 두 역할 간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상담사와 수용자 간 신뢰관계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다. 상담사를 믿고 속내를 털어놨던 수용자들이, 해당 상담사가 교도관 본연의 역할에 따라 다시 엄한 통제를 하면 ‘나한테 섭섭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안과 안에 있는 심리팀을 별도의 과로 승격하는 것이 대안이겠지만, 인력과 예산 문제로 쉽지 않다. A상담사도 “최소한 계호 업무에서라도 빠져야 하는데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년에 전국 56개 중 5개 교도소가 심리팀을 심리과로 바꾸기로 예정돼 있고, 청주여자교도소는 2021년으로 예정돼 있긴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교도소 내 심리상담을 위한 매뉴얼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교도소는 그 특성상 수용자와의 상담 내용을 교도관과 일부 공유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비밀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담의 기본 원칙과 어긋난다. 때문에 상담사는 수용자와 나눈 대화를 어느 정도까지 공유해야 할 지에 대해 갈등할 수밖에 없다. A상담사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교도소 내 상담은 ‘특수상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상담 매뉴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전문화된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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