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코트, 모직 재킷, 카디건과 두툼한 니트들을 하나둘씩 꺼내 입고 나서는 요즘, 광화문과 여의도, 상암동과 테헤란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무리의 모습은 마치 남극의 황제펭귄을 연상케 한다. 조만간 한파라도 몰아치고 겨울의 한 가운데 눈과 바람까지 등장하면 BBC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될 것이다.
블랙과 그레이, 짙은 네이비의 겨울 아우터들이 보온력과 실용성을 앞세워 지배하는 계절이다. 블랙은 단조롭고 미니멀하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패셔너블해질 수 있다면 가장 화려하고 다채롭고 세련돼 보이는 컬러다. 한동안 뉴트럴 컬러를 중심으로 은근하고 포근하고 가벼운 컬러들이 주인공이었지만 블랙이 권토중래 중이다. 그것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올블랙으로.
프리미엄 가죽 브랜드 느와르라르메스는 이탈리아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멋지게 에이징되며 천연 가죽의 질감을 잘 나타낸다.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죽 아이템을 선보인다. |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대개는 반가워 할 스타일이다. 우선 체형을 커버해준다(고 느낀다). 자신감이 북돋고 턱을 쳐들며 눈빛도 당당해진다. 실제로 조금은 슬림해 보이고, 상하의를 어울리게 매치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 눈속임이 가능하다. 또한 고가의 옷이 아니더라도 그다지 추레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그대로 단점이 될 수 있다. 두루뭉술한 검정 덩어리처럼 보여 작은 키, 오뚝이 체형을 가감없이 드러내기 쉽다. 게으르고 지루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올블랙을 선호하는 ‘패알못’들은 자주 빨거나 다려 입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입어도 상관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19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재현한 리바이스 501 데님 팬츠. 빈티지 스트릿 스타일로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재탄생했다. 뒷주머니가 좀 더 크고 허벅지가 여유있는 스트레이트 핏의 편안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리복 볼드 스니커즈를 복각한 인터벌은 총 4가지 컬러로 측면의 대담한 대형 로고가 인상적인 유니섹스 스니커즈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컬러감을 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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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은 중간이 없다. 가장 패셔너블하고 멋스러운 블랙의 매력은 소재 선택과 믹스가 핵심이다. 패딩과 니트를 입을 경우 가죽과 울의 은은하고 세련된 광택, 소재감의 매치는 누구라도 스타일링 지수를 두 배로 끌어올려줄 것이다. 소가죽이나 양가죽의 은은하고 힘 있는 텍스처는 물론 인조가죽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실루엣도 패셔너블한 포인트다. 가죽 아이템는 오버 핏으로 입지 않는다. 너무 타이트해도 경박하다. 어른스러운 차분함과 고급스러움이 유지돼야 한다. 상의와 하의, 이너와 아우터를 모두 블랙으로 맞추고 머플러나 구두, 양말 중 하나 정도만 변주를 한다. 짙은 그레이나 짙은 카키, 짙은 네이비 정도로 얼핏 보면 블랙 같은 채도로. 양말이나 스니커즈로 캐주얼하게 포인트를 주면 올블랙의 지루함이나 밋밋함은 완전히 해결된다. 상의나 아우터가 길다면 바지를 조금 슬림하게, 길이는 발목 위 또는 발등을 덮지 않도록 한다. 힙을 덮는 길이의 실용적이지만 무난해서 멋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아우터라면 머플러나 백팩 같은 소품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베이지, 브라운 계열의 바지도 함께 준비해 두었다가 가끔씩 변화를 준다. 더 이상의 겨울 옷 쇼핑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글 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국장) 사진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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