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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말레이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 위독, 숨지면 사실상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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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인 암컷 이만의 평소 모습(왼쪽)과 현재 위독한 상태로 누워있는 모습. 보르네오포스트,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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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가 불치병에 걸려 몇 주밖에 더 살지 못할 정도로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州) 정부 관계자가 직접 코뿔소의 상태를 발표하고, 수의사들은 24시간 내내 코뿔소를 관찰하고 있다. 수마트라 코뿔소 단 한 마리의 죽음이 말레이시아에서 사실상 종 전체의 멸종을 뜻한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실제 말레이시아에선 2015년 이후 야생에서 수마트라 코뿔소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21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북동쪽 사바주(州)의 타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인 암컷 이만(Iman)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고 주 정부 차관이 밝혔다. 25세인 이만의 몸무게는 식욕 감퇴 탓에 한 주 만에 476㎏에서 44㎏이나 빠졌다. 한 수의사는 “2014년 3월 포획 당시 발견된 이만의 자궁 종양이 악성은 아니지만 방광까지 번진 상태”라며 “종양이 너무 커져서 제거 수술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자궁 종양으로 인해 이만은 뱃속에 2세를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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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마지막 수컷 수마트라 코뿔소로 기록된 탐의 생전 모습. 5월 27일 숨졌다. WWF말레이시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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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보다 이른 2008년 포획돼 같은 보호구역에 살았던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수컷 수마트라 코뿔소 탐(Tam)은 올 5월 27일 숨졌다. 신장과 간 질환을 앓았다고 알려졌지만 탐이 30대였다는 사육사들 얘기와 수마트라 코뿔소의 평균 수명이 30~40세인 걸 감안하면, 사인은 고령으로 추정된다. 탐의 냉동 정자와 이만의 난자로 체외 수정을 시도했지만 각각의 상태가 좋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

주 정부는 야생에 수마트라 코뿔소가 아직 서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만의 생식 주기가 허락할 때 난자를 추출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코뿔소 수컷의 정자와 체외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주 정부 관계자는 “이만이 위독한데다,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이 난자 생산 능력을 감소시키고 있어 시간이 별로 없다”라며 “21세기 첫 번째 포유류의 멸종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코뿔소 체외 수정 노력은 2011년부터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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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인 이만이 진흙 속에 엎드려 있다. 사바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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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트라 코뿔소 암컷은 규칙적으로 짝짓기를 하지 않으면 이만처럼 자궁에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체 수가 적을수록 번식이 힘들어지는 이런 현상은 결국 멸종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한 개체 수 급감이 치명적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년간 개체 수가 70% 급감한 수마트라 코뿔소를 ‘심각한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현재 수마트라 코뿔소는 인도네시아 야생에 약 8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현존하는 코뿔소 5종 중 가장 작은 수마트라 코뿔소는 멸종한 털코뿔소(woolly rhino)와 더 가깝다. 긴 털을 가진 수마트라 코뿔소는 아시아의 코뿔소 중 유일하게 뿔이 두 개다.

말레이시아에선 최후의 수마트라 코뿔소일지 모르나 엄밀히 따지면 이만은 마지막 수마트라 코뿔소는 아니다. 어쩌면 코뿔소 한 마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담길 의미는 크고 무겁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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