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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독] 전국 시군구 31%, 정시로 서울대 한명도 못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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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국 정의당 의원실, 3년간 자료 분석

229곳 시군구 가운데 ‘수시 우세’ 156곳

이 가운데 71곳은 정시 입학생 0명

‘정시 우세’ 지역은 54곳에 그쳐

‘수시 우세’는 비수도권이 84%

‘정시 우세’는 서울·경기에 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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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서울대 입시에서 정시(수능) 전형 합격자는 단 한 명도 못 냈지만, 수시(학생부종합 중심) 전형으로 입학생을 배출한 지역이 전국 시군구 229곳 가운데 31%인 7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로만 서울대 입학생을 낸 이들 지역 71곳 가운데 69곳이 강원·전남··경북(각 10곳씩) 등 비수도권이었다. 반면 수시보다 정시 입학생 비중이 높은 시군구는 서울·경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정시 확대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정시보다 수시가 ‘지역균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이 2017~2019년 고교 소재지 기준의 서울대 합격생 관련 자료를 분석해 20일 <한겨레>에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 기간에 전국 시군구 229곳 가운데 71곳에서 학종 위주의 수시 전형으로만 합격자를 냈다. 이 지역들은 경기도 여주시와 연천군 단 2곳을 제외하면, 대구 중구, 강원도 태백시, 충북 진천군, 경남 함양군 등 모두 비수도권이었다.

71곳을 포함해 비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수시 입학생 비율이 정시 입학생 비율보다 높은 ‘수시 우세’ 지역이었다. 정시 우세냐, 수시 우세냐는, 3년 동안 정시(2699명)와 수시(7157명)의 모집 규모가 달라, 각 전형별 시군구의 입학 비율을 비교해 분석했다. 예컨대 경남 거제시는 정시 입학생 비율이 0.04%, 수시 입학생 비율이 0.11%인데, 이는 정시 입학생 2699명 가운데 거제 출신이 0.04%, 수시 입학생 7157명 가운데 거제 출신이 0.11%라는 뜻이다. 이렇게 따져본 결과, 전국 시군구 229곳 가운데 ‘수시 우세’가 156곳, ‘정시 우세’가 54곳이었다.

‘수시 우세’ 156곳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남 17곳, 경북 17곳, 강원 14곳, 경남 13곳, 충남 11곳, 충북 8곳, 충남 11곳, 전북 11곳 등으로 83.3%(130곳)가 비수도권, 농촌 지역이었다. 경남 진주시의 경우 정시 비율은 0.44%지만 수시 학종 비율은 1.2%까지 올라갔다. 특히 수시 입학생은 있지만 정시 입학생은 한 명도 없는 71곳이 눈에 띈다. 정시 ‘문턱’이 비수도권에 훨씬 높았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69곳이 대구 중구, 강원 태백시, 충북 진천군, 경남 함양군 등 비수도권 지역었고, 경기 여주시와 연천군만이 수도권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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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시 우세’ 시군구 54곳은 서울 10곳, 경기 20곳 등 대체로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 있었다. 서울·경기 지역 시군구 56곳을 따져보면, ‘정시 우세’가 30곳(55.5%), ‘수시 우세’가 26곳이다. 비수도권의 경우 ‘정시 우세’ 지역의 비율이 15.6%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정시 우세’ 지역이면서 입학생도 가장 많이 배출한 시군구는 서울 강남구(전체 정시 합격생의 11.9%), 서울 서초구(6%), 경기 용인시(5.7%), 서울 양천구(4.5%), 경기 성남시(4.3%), 전북 전주시(3.4%), 서울 송파구(2.6%) 등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학원 밀집지역 또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위치한 지역이다. 서울·경기 지역 학생들이 전국 단위 자사고에 다수 입학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생 거주지로 조건을 바꾸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지역별 교육 격차가 나날이 확대되는 가운데 학종을 중심으로 한 수시가 그나마 ‘지역균형’을 견인하는 구실을 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교육 투자에 비례해 서열화될 수밖에 없는 수능과 달리, 학종에서는 ‘지역별로 다양한 인재를 뽑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제 입시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시에서 지역균형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다양성’보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형식적 공정성’이 중요한 수능 점수 위주의 정시에 이를 적용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반론이 크다.

‘수시 우세’ 84%가 지방·농촌… “정시 확대 땐 지역 불균형 심화”

비수도권 고교 졸업생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데 정시보다 수시가 더 유리한 것도, 서울대가 학종 안에서 실시하는 ‘지역균형선발’(지균) 전형 덕이 크다. 지균은 전국 모든 지역의 고교에서 학교장이 각 2명을 추천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면접 등을 거쳐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지역에 입학생을 할당하거나 지역을 ‘배려’하는 제도가 아니지만, 조사결과에서 보듯 수능보다는 훨씬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다. 서울대 말고도 학종 안에서 이와 비슷한 성격의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꽤 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과)는 “(학종이 없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는 다양한 인재를 지역별로 고르게 뽑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당시 (지금의 정시와 같은) 수능 전형으로는 ‘지역 쏠림’ 현상을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학종이라는 제도가 나오고 이것과 지역균형이라는 목표가 연계되면서 오늘날까지 발전해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바와 같이 ‘정시 확대’가 이뤄질 경우, 학종 안에서 그나마 효과를 발휘해왔던 ‘지역균형’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대는 지난해 정부가 2022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하자, 2021학년도보다 정시 일반 전형을 224명 늘리는 대신 수시 일반 전형과 지균 전형을 각각 127명(7.5%), 104명(13.8%)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서울대 지균 전형 모집인원은 2019~2021학년도 각 756명에서 2022학년도에 652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는 최근 10년새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는 “지역별 교육 격차가 심해진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학종의 ‘지역균형’ 선발이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었다. ‘정시 확대’로 이 숨통마저 끊길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강일선 전북 순창고 교사는 “군 단위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상대적으로 기초 학문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시내처럼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하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강남쪽 학생들하고 수능 점수로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서울대에서 지균 전형을 줄이는 것을 보고 학생과 교사 모두 아쉬움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순창의 경우 최근 3년간 정시 수능으로는 0명, 수시 학종으로 5명을 서울대에 보냈다.

반대로 ‘정시 우세’ 지역이 많은 서울·경기 지역은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2019학년도 서울대 정시 합격자 가운데 서울 지역 고교 출신은 42.8%, 경기 지역 고교 출신은 27.2%로, 합치면 70%에 달했다. 반면 나머지 7개 시와 8개 도는 합쳐서 30%에 불과했다. 2019년 전체 고교 졸업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17%)과 경기(25.4%)보다 나머지 15개 시도가 57.6%로 훨씬 높다.

여영국 의원은 “수능 정시가 확대될 경우 서울·경기 지역의 학원 밀집 지역은 유리하고, 지방은 더욱 불리해져 지역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사교육의존도를 높여 소득 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정시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하되, 학종의 불공정 요소를 확실하게 제거하고, 지역균형 및 고른기회 전형을 대폭 확대해 보다 정의로운 대입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최원형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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