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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비건 "北최선희가 협상 카운터파트 돼야"···최선희 "적대정책 철회한 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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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협상팀의 체급 격상을 제시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연신 촉구했다. 그동안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맡아온 비건 지명자의 카운터파트는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다. 자신이 부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급을 높여 협상의 무게감을 실어보자는 구상을 밝힌 셈이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제재는 가동중에 있다”고 언급하며 “비핵화 진전 없이 연말이 지날 경우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비건 지명자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 데드라인이다.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미국에 올해 연말을 ‘새로운 셈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인위적 데드라인이라며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달 “인위적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불과 40여일 남은 연말까지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은 만큼 연말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것이자 대미 압박을 강화하는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건 지명자는 지난달 31일 부장관 지명을 받을 때도 북핵 협상을 계속 다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당시 “북한 관련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대표였고 계속 그럴 것”이라며 비건 지명자가 실무협상을 계속 진두지휘할 것임을 공언했었다. 때문에 미국의 협상팀 체급 상향 구상은 협상팀 구성 변화를 통해 교착상태에 놓인 협상의 돌파구를 뚫어보자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중 하나가 북측에서 온전한 권한을 부여받은 대표가 나오지 못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비건 지명자도 “이날 스톡홀름 협상에서 매우 건설적 토론을 벌였다”면서 북한과 180도 다른 평가를 내린 뒤 당시 북한이 결렬을 선언한 데는 “그들 자신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정하는 시스템 탓에 협상팀이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협상을 벌이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는 최선희 제1부상이 직접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정책 선(先)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어 협상 재개까지 상당한 기싸움 속에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북한측 협상 대표를 최 제1부상으로 급을 높이자는 비건 지명자의 제안이 먹혀들지도 미지수다.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최 제1부상은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며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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