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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측근 외교관 "대가성 맞다" 폭탄 발언…궁지 몰리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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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들랜드, 美하원 '공개 청문회' 출석…'대가성 부인' 진술 뒤엎어

'전화통화 증언' 결정적 역할 한 듯…트럼프 '당혹'…민주당 '환호'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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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증인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20일(현지시간)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간의 진술을 뒤엎고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 ‘대가성 거래’를 인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직접 임명한 측근 외교관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당혹감을 드러낸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환호를 내질렀던 배경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이날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의 정보위원회가 진행한 탄핵조사 네 번째 공개청문회 출석한 자리에서 “나를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우크라이나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임원으로 근무했던 우크라이나 가스 업체인) 부리스마에 대해 수사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며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명시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면으로 배포한 모두발언에서도 그는 “백악관과의 통화 및 면담과 관련해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가 있었는지, 정보위원들은 이 복잡한 사안을 간단한 질문의 형태로 압축해왔다는 걸 안다”며 “내 답변은 ‘네(Yes)’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번 스캔들의 증인들로부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압박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위한 ‘대가성’인지를 조사해왔는데, 선들랜드 대사가 드디어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더 나아가 선들랜드 대사는 “나와 릭 페리 에너지 장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 등은 미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와 일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거부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관계 강화의 주요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의 명령을 따랐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명령에 따라 줄리아니가 주도했으며, 나머지는 순전히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이라는 게 선들랜드 대사의 설명이다.

애초 선들랜드 대사는 지난 비공개 청문회에선 대가성을 부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그가 마음을 바꿔 먹은 배경엔 지난 7월 선들랜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하는 걸 우연히 목격했다는 최근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정무참사관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들랜드 대사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에 거액의 기부를 해온 측근으로, 이를 통해 정무직인 EU 대사 자리를 꿰찬 인물로 잘 알려졌다.

곤혹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은 선들랜드 대사의 증언을 곧장 반박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선들랜드 대사)는 이미 내가 자신에게 ‘대가는 없다’고 부인했다는 사실을 진술했었다”며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가려졌던 장막이 찢어져 나간 걸 볼 수 있었다”며 “이번 탄핵조사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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