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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또 생활고로… 인천서 일가족 등 4명 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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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던 딸친구 1명도 포함 / 외상·외부 침입 흔적은 없어 / 모친, 실직 후 주거급여 받아 / 임대아파트 관리비도 안 밀려

세계일보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생활고 때문에 힘들다는 글을 유서에 남긴 40대 엄마와 아들, 딸 등 일가족을 포함한 4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은 정부로부터 매달 주거급여를 지원받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확인됐다.

20일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39분쯤 계양구 모 임대아파트에서 A(49·여)씨와 그의 자녀 2명 등 모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사망자 중 A씨 자녀는 아들(24)과 딸(20)이며 나머지 1명은 얼마 전부터 함께 지내던 딸의 친구(19)였다.

소방당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는데 집 내부에 인기척이 없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들을 발견했다. 신고자는 경찰에서 “몸도 아프고 살기 힘들어 먼저 세상을 떠나겠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집으로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A씨의 아들만 작은방에서, 나머지 3명은 거실에서 숨져 있었다. 이들 몸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으며 외부에서 누군가 집 안으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집 안에서는 이들 4명이 각자 쓴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들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주거급여로 매달 평균 24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 실직 뒤 3개월간 긴급복지 지원금으로 매달 95만원을 받았고 최근까지도 마땅한 직업이 없었다.

계양구 관계자는 “어머니가 바리스타 일을 하다가 손 떨림 증상으로 지난해 실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주거급여가 지원됐다. 최대 6개월까지 긴급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3개월 뒤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힘든 상황에도 A씨 일가족은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밀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 뒤 자녀 둘을 데리고 생활했다. 그의 아들도 무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딸은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한 상태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들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는 한편 필적 감정 등으로 유서 작성자를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는 밝힐 수 없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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