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하이리스크-하이리턴(?)`…`40% 폭락`했다는 베네수엘라 부동산 투자해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달콤살벌 라틴아메리카-2]

매일경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 전경./출처=B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베네수엘라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도 카라카스 내 메르세데스 지역에 자리한 카라카스컨트리클럽(CCC)의 라카사클럽 전경. 일대는 뉴욕센트럴파크와 백악관 정원을 설계한 유명 조경·건축회사 손을 거쳤다. CCC는 `사우디베네수엘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산유국으로 잘 나갔던 베네수엘라에서도 `슈퍼 리치`들이 모이는 곳이다./출처=B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부동산에 투자해볼까봐. 바닥쳤으면 오를 일만 남은 거 아니냐?" "얘 또 왜 이래, 장난하냐?"

'철밥통 직장'에 다니는 게 아닐 바에야 누구나 재테크 고민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무슨 저 먼 나라 베네수엘라 타령인가 싶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정말 있다. 가끔씩 온라인 투자 상담 목록에도 올라온다.

따지고 보면 이런 식이다. '나는 노부모를 모신 다둥이 신혼부부가 아니니 청약 가점이 낮아. 정부 지원을 받는 건 아니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물려받을 돈도 없어. 대출받아 집 사자니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너무 낮아서 내 집 사는 건 그림 속 떡이네. 투자한 돈 생각하면 내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 에이~이 참에 '하이 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 뉴스에 망했다고 나오는 나라 부동산이나 한 번 사볼까 ?'

딱히 이해 못할 사정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위험(high risk·하이 리스크) 부동산' 베네수엘라 집값은 진짜 싼가? 투자에는 '수익률'이 중요한 건데, 위험 비용은 얼마나 들까 ?

밑져야 본전이니까 수도 카라카스 시내를 알아보자. 부동산 투자는 '임장'(투자하고 싶은 현장에 발품을 팔아 가보는 것을 뜻하는 시장용어)이 중요한데 당장 베네수엘라 갈 순 없으니 매매 시세부터 한 번 알아본 후, 상황 파악에 나서는 방법이 있다.

매일경제

글로벌부동산중개업체 리맥스(RE/MAX)에 매물로 올라온 메르세데스 로마 소재 한 아파트./출처=리맥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부동산중개업체 리맥스(RE/MAX)에 올라온 매물을 보니, 일단 장사 잘 될 만한 '행정 타운' 소재 1층 10평(면적 약 31㎡) 가게가 5835만원(5만달러) !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격이라는 메르세데스 로마 35평(면적 116㎡)짜리 완공 앞둔 아파트가 2억5674만원(22만달러). 만만치 않게 잘 산다는 미란다 차카오 158평(면적 522㎡)짜리 단독주택이 4억845만원(35만달러)이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매장량 기준 전 세계 1위 '기름 부국'이라는 점, 그리고 위에 나온 지역들이 중심 동네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집값보다 훨씬 싸다. 서울은 6억원 이하 아파트 찾기도 힘들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6억267만원·집값을 순서대로 세웠을 때 중간 등수에 해당하는 가격)은 2017년 4월에 6억원을 넘었다.

매일경제

전세계 석유 매장량 1위 국가인 `기름 부국` 베네수엘라는 원유 생산에 집중하면서 국제 시장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경제도 동반 하락세를 탔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국가 디폴트`로 추락한 것이 유가 하락이라는 단일 변수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국제기구 별로 수치는 다르지만 베네수엘라 경제가 두 자릿 수 `마이너스 성장` 중이라는 점, 전망치를 수정할 때마다 상황이 더 우울해졌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부자부터 시작해서 너도 나도 나라를 빠져나가는 상황이니 지금이 '부동산 하락기'인 것도 맞다. 지난 달 7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나라를 탈출한 베네수엘라 이민자(461만2000명)가 460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국제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산유국 베네수엘라 경제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초인플레이션·국가 디폴트' 상태로 위기를 키운 탓도 있다.

매일경제

접경지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몰린 베네수엘라 이주민들. 지난 달 7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나라를 탈출한 베네수엘라 이민자 수(461만2000명)가 460만명을 넘어섰다. /출처=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미국 블룸버그가 매달 1일 카라카스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파는 카페라테 한 잔 값을 추적해 내는 `대안 물가지수`, 이른바 `라테 지수`를 보면 올해 11월 라테 한 잔 가격은 1만6000볼리바르 화로 1년 전보다 1만567%가격이 올랐다./출처=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화는 올해 들어서 90% 넘게 가치가 떨어졌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80% 올랐다. 미국 블룸버그가 매달 1일 카라카스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파는 카페라테 한 잔 값을 추적해 내는 대안 물가지수, 이른바 '라테 지수'를 보면 올해 11월 라테 한 잔 가격은 1만6000볼리바르 화로 1년 전보다 1만567% 가격이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제국주의 침략'을 탓해온 마두로 대통령도 속수무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국 내 달러화 거래를 막아온 그는 앞서 17일 자국 텔레벤 방송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안전판 같은 것이다.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신에게 감사한다"면서 "달러화가 나라 경제와 생산력을 회복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19일 BBC와 인터뷰한 베네수엘라 '금수저' 루이스 씨는 "일주일 전에 술집에서 럼주 한 병을 주문했는데 70달러(약 8만원)였다. 가격이 매일 매일 오른다"고 말했다. 카라카스 부촌에 사는 30대 루이스 씨는 외국계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월급을 달러로 받고 있어서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같은 달러인데도 같은 상표 럼주가 뉴욕에서는 24달러(약 2만8000원)라고 한다.

매일경제

"아휴~카라카스에 짓는 우리 집이 언제 완공될 지 모르겠어요" 지난 2010년 2월 베네수엘라 정부는 민간 건설사들의 집값 인상 담합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엑스프로피에세`(Expropiese·국가 수용제도)를 도입했는데, 취지는 좋지만 정부나 민간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출처=B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와보자. 탈출 자금으로 집과 가게를 팔아 달러를 마련하겠다는 매도자만 많이 나오다보니 수요·공급 원리상 부동산 가격이 바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절망 끝에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을까 ?

미래는 상상할 수 있지만 점칠 수는 없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상황 파악만 해보자면,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거나 vs 유지되거나'가 나름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우선 마두로 정권부터 보면, 정권이 유지되는 경우 집값이 올라도 투자 수익률은 아예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엑스프로피에세(Expropiese·국가 수용제도)' 때문이다. 엑스프로피에세는 정부가 공익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개인이나 법인 소유 집·사무실·땅 등 부동산을 국·공유화 하는 제도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당시 민간 건설사들이 담합해서 집값을 높게 받으려고 공사 기일을 질질 끌면서 입주자들에게 가격을 높여부르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아파트도 정부 소유로 수용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운영하면 '민간 건설 마피아'들의 집값 담합·인상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도가 한창 적용된 2010년 11월 카라카스 일대 주민 반대가 89%에 달했다고 BBC가 같은 달 15일 전한 바 있다. 정부가 짓는 아파트 단지만해도 8년 동안 절반만 지어진 채 그대로 있어 별로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동산이 아닌 다른 부문이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5~2007년 '전략 산업'인 통신·원유 업계를 시작으로 민간 기업 국·공유화를 이끌었다. 국·공유화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로 한계를 둘 것인지에 대한 기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나와 다른 의견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밀어붙이면 합리적 기준을 찾아가는 길마저 막혀버린다.)

'베네수엘라의 강남' 집을 싼 가격에 사서 나중에 가격이 올랐는데, 정부가 국유화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엑스프로피에세는 차베스 전 대통령(재임·1999년 2월~2013년 3월)이 2010년 2월 8일 발표했는데, '차비스모'(Chavismo, 무상복지·국유화 등을 통틀어 부르는 차베스 전 대통령 정책)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도 이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경제

국제재산권지수(IPRI)를 보면, 베네수엘라의 재산권 보호 순위는 전 세계 129국 가운데 127위다. 콩고·나미비아·쿠바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129개국 중 129위를 차지한 예멘과 128위를 따낸 아이티 바로 다음이다. 재산권에는 지식재산권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 빼고 등록 부동산에 대한 개인 권리만 기준으로 하면 그나마 109위다. 그래도 우리나라 재산권 보호 순위가 전 세계 33위, 등록 부동산만 기준으로는 22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할 수 없이 큰 재산권 리스크가 있는 셈이다.

부동산 임대는 어떨까? 현지에서는 대부분의 집 주인들이 세입자를 들이지 않는 '실거주자'라고 한다. 2011년 차베스 당시 대통령이 '주택퇴거·임의빈집방지법'을 통해 세입자 권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세입자의 주거권은 인간의 기본권이자 사회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강제로 퇴거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임대 리스크가 커지는 바람에 집주인들이 주택 임대를 잘 하지 않는다.

매일경제

베네수엘라도 좋은 집은 비싸다. 매물로 나온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부촌` 미란다 산로마 소재 주차장 4개·욕실 5개·방 6개짜리 고급주택 실제 모습. 매매 호가는 220만 달러(약 25억 6740만 원) 선으로 비싼 가격이다. 자국 화폐 환율을 믿지 않는 시민들이 달러화 거래를 원해 형성된 가격이다. `고급 주택 투자자`를 기준으로 보면 재건축을 앞둔 강남 재건축 아파트(반포주공1단지 전용 87㎡·38억원)보다 훨씬 낮은 시세다./출처=글로벌부동산중개업체 오픈하우스24(openhouse24h)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급이 넘쳐난다 해도 정말 좋은 집은 여전히 비싸다. '베네수엘라의 강남'으로 불리는 카라카스 내 메르세데스 지역 고급 주택은 평균 100만달러(약 11억7080만원)를 넘는다.

손해보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다는 집주인들도 있기 때문에 좋은 집은 매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카라카스 집을 비우고 페루로 피신간 파비아나 씨(가명)는 지난 10월 BBC 인터뷰에서 "집값이 최근에 40%는 빠진 것 같아서 팔기 싫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라카스에서는 '빈집 관리 알바'도 뜬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한 달 최저임금은 달러로치면 2달러인데 빈집 관리를 해주면 하루에 5~7달러를 받기 때문에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들이 몰린다.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니콜라스 마두로(오른쪽) 정권 돈줄 조이기`일환으로 올해 1월부터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 PDVSA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개발은행과 중앙은행, 100여 개 기관과 핵심 인물들에 대해 제재 조치를 해왔다. /출처 = AP사진 편집


그렇다면 마두로 정권이 이어질 수 있을까? 차비스모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 수익률' 내기가 우선인 글로벌 시장은 차베스·마두로 정권을 선호하지 않았다. 국유화는 투자자들이 원치 않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시민들도 마두로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됐다. 2017년 말 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정부가 국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 상태에 빠졌음에도,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 제국주의의 경제 침략 탓'만 강조하면서 '환율 조정·최저 임금 인상'으로만 대응하다보니 실망감이 커졌다.

미국 지지를 받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등 야권이 집권하면 나라가 달라질 수 있을까 ? 지난 1월 23일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일주일 만인 같은 달 31일 과이도 의장은 '국가 계획'을 발표하고 시민·법인의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국가 규제를 들어내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투자한 부동산이 국유화되지 않는다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지난 6월 폼페이오 장관은 비공식 자리에서 "결국 마두로가 쫓겨날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마두로 축출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베네수엘라의 변화는 상당히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당시 장관은 "베네수엘라 야권을 단결시키는 게 지독하게 어렵다"면서 "(야권 인사들) 모두 마두로에 맞설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각자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음모도 꾸미고 있다. 마두로가 퇴진하면 '내가 대통령'이라고 손들고 나설 사람이 40명은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말은 지난 6월 5일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WP)가 직전 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모임에서 장관이 한 발언 녹음파일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당시는 과이도 국회의장이 4월 말 주도한 군사봉기가 실패로 끝난 시점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도 마두로 정권은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2018년 의문의 부정 대선을 통해 장기 집권에 나섰고 야권이라고 해서 별다른 대안도 보이지 않는 통에 시민들이 나라를 빠져나가는 동안, 지난 달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마두로 정권 하 베네수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야, 우리나라 집값 비싸잖아. 한 번 해봐, 인생은 도전하는 거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 집도 좋은 집은 비싸다. '하이 리스크' 가능성이 높고 크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