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2050년 바나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스터대학 댄 베버 박사 연구팀은 지난 9월 이 같은 전망을 '네이처 기후변화' 연구보고서에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상승할수록 바나나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곰팡이 '블랙 시가토카'가 확산하기 유리한 환경이 된다. 연구진은 1960년대부터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평균 온도와 습도가 달라졌고, 이에 따라 바나나 나무가 블랙 시가토카에 감염될 위험이 44% 증가했다고 경고한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바나나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고급 파인 다이닝뿐 아니라 샤오룽바오, 전복죽, 순대 같은 익숙한 음식에도 곁들여지기 시작한 고급 식재료, 트러플도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 소르쥬에서 트러플 채집꾼과 돼지가 트러플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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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속의 다이아몬드' 트러플
트러플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유럽인들 입맛을 사로잡았고, 프랑스 국왕 루이14세도 즐겼다고 한다. 땅속 30㎝에서 1m까지 퍼져 있어 채취하려면 훈련받은 돼지나 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적당한 크기로 자라는 데 5~7년 정도 걸린다. 고급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은 최고급으로 꼽힌다. 올해 이탈리아 화이트 트러플 1㎏은 홍콩 경매에서 13만3000달러(약 1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화이트 트러플. 영국 런던의 레페토리오 레스토랑에서 열린 경매에서 1만1000달러(128만4910원)에 팔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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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에 고급 트러플 보기 어려워질 것"
17일 '이탈리아 화이트 트러플 채집꾼이 기후변화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CNBC 보도에 따르면 예년보다 온난했던 10월 기후 때문에 한 채집꾼이 수확한 화이트 트러플 10개 중 8개가 시들고 말라빠진 상태였다. 시원하고 습한 환경에서 최상의 품질로 자라는 화이트 트러플이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높아지자 저품질 상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채집꾼은 "분명히 기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로 유럽 지역 트러플 멸종을 경고하고 나선 과학자도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스털링대 연구진은 '종합환경과학'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2071~2100년 사이에 멸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서식하는 트러플 수확량이 지금보다 78~10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온이 지금 같은 추세로 꾸준히 오르면 유럽 트러플이 이번 세기 안에 멸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진은 지난 36년 동안 지중해 지역 트러플 수확량과 기후를 비교해 고온 건조한 여름철이 지나면 그해 겨울철 트러플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구 온난화로 송로버섯이 자랄 수 있는 수확량이 급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불, 해충 등 추가 요인으로 이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The Mark`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블랙 트러플 피자.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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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트러플 인공재배' 개발 착수
국내에서는 서양 트러플을 인공재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는 국내 처음으로 트러플 접종묘 생산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 연구에 착수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2024년까지 국비 10억원이 투입되는 농생명 산업 분야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지난 2월과 10월에는 경북 포항과 충북 단양에서 트러플이 발견됐다고 한다. 유럽종과 다른 종이지만 이 수종을 이용해 국내 고유 트러플 재배 원천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한다.
1995년 2월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트러플의 침략'이라는 제목으로 된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미국 맨해튼주의 한 주방장은 중국산 트러플을 '마분지 맛'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주방장은 중국산 트러플에 대해 "벤젠 같은 화학 약품 냄새가 나는 데다 거의 맛도 안 난다"고 했다. "강렬하고 사향 냄새가 풍긴다"고 칭찬한 프랑스산 트러플 향과 달라 보인다. 한국산 트러플이 '마분지 맛'보다 좋은 평가를 받길 바란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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