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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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국 하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 4일차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핵심 관계자로부터 '폭탄 증언'이 나왔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가 탄핵 사유 중 하나인 '퀴드 프로 쿼(대가ㆍquid pro quo)'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크라이나 측에 4억달러 규모 군사 원조ㆍ백악관 정상회담을 고리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 압력을 넣은 실무 책임자 중 하나였다.
이날 미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들랜드 대사는 청문회 출석에 앞서 사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청문회 위원들이 이 복잡한 사안들을 간단한 질문의 형태로 압축해 왔다는 것을 안다. '대가'가 있었냐'는 것"이라며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밝혔다.
선들랜드 대사는 또 자신과 고위급 행정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조사'를 압박하기 위해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아와 협력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하던 대로 한 것이다. 줄리아니와 일하는 것을 거부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명령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선들랜드 대사의 이같은 증언은 이번 탄핵 조사 청문회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만달러를 기부한 적이 있을 정도로 측근으로 여겨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선들랜드 대사를 '정말 훌륭한 사람이며 위대한 미국인'이라고 칭찬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이어진 청문회에서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일련의 압박 등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등 '비밀'이 아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마이프 펜스 부통령,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행렬에 동참했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우리가 추진했던 사안 중 '조사에 대한 약속'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국무부는 전적으로 지원해줬다"고 설명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지난달 17일 비공개 증언에선 대가 의혹을 부인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공개된 증언록에선 전날 추가 제출한 3쪽 분량의 보충 증언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안드리 예르마크에게 ‘미국 원조 재개는 우크라이나가 몇 주간 논의돼온 반부패 공개성명을 내놓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말한 게 이제 기억난다”고 밝혔다.
또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 대행은 지난 13일 공개청문회에서 선들랜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조사'와 관련한 지시를 받는 통화 내용과 '대가성'을 시인한 발언을 부하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 있다고 증언했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들랜드 대사의 증언을 부인했다. 백악관 외곽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선들랜드 대사에 대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는 이미 내가 자신에게 '대가는 없다'고 부인했다는 사실을 진술했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고무된 표정이다. 이날 청문회를 진행한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장막이 찢어져 나간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선들랜드가 (탄핵 사유인) 잠재적인 중범죄 혹은 경범죄와 함께 뇌물 이슈의 핵심으로 직행했다. 이번 탄핵 조사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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