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은 속도보다 정확성·무결성…인권수사 디딤돌"

경찰청 포렌식랩 10평→47평 확대…표준설계안 기반

군·특사경, 경찰에 매뉴얼 요청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포렌식은 스피드보다 안정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법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신뢰성을 높이는 게 경찰의 주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법의학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은 이제 경찰 수사에 중심부로 들어왔다. 디지털 포렌식은 수사에서 '스모킹건'이 될 가능성이 높은 휴대전화에서 정보를 빼거나 이를 막는 보안기술 싸움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유되기도 한다. 디지털 포렌식이 없다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게 지나친 말이 아닌 시대가 됐다.

지난 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북관에 위치한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새 단장을 했다. 모바일 분석실, 클린룸, 물리복구실 등 34㎡ 면적으로 10평 남짓했던 공간은 획득실 56㎡(17평), 참여실 30㎡(9평), 접수 및 전처리실 65㎡(20평), 증거물보관실 3㎡(1평) 등 총 154㎡(47평)로 약 5배 넓어졌다. 증거물 이동동선에 따라 구획을 명확히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양동혁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포렌식기획계장은 지난 1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증거 분석실을 사무공간과 완전 분리해 증거물의 오염, 훼손을 방지하고 디지털증거의 보관을 더 철저히 했다"며 "무엇보다 무결성을 유지하도록 한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양 계장은 "단순히 포렌식랩의 면적만 늘린 게 아니라 포렌식 과정에서 신뢰성을 높여 '인권수사'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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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중 첫 포렌식랩 표준설계안 마련…FBI 포렌식센터 담당자 호평

국내 수사기관 가운데 포렌식랩에 대한 표준설계안을 마련한 것도 경찰이 처음이다. 2016~2017년 증거분석실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각 지방청별로 개조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통일되고 표준화한 지침이 없었던 게 걸림돌이었다.

지난해가 돼서야 외부용역을 거쳐 접수실, 참여실, 전처리실 등 포렌식랩의 필수시설과 권장시설, 선택시설로 구분한 경찰의 독자적인 표준설계안이 마련됐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북부청, 전북청, 제주청 4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청은 이 지침에 따라 표준화 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지방청들도 청사신축과 병행해 표준화 포렌식랩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 계장은 지난 9월26일 미국 컴퓨터 포렌식랩(RCFL, Region Computer Forensic Lab) 관계자들이 경기남부청 포렌식랩을 보고 감탄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RCFL은 미국 전지역에서 17개가 운영되고 있는 FBI 디지털포렌식 조직으로 미국인정기구(ANAB)에서 공인받은 곳이다.

경기남부청의 시설 표준화사업은 488㎡(147평)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RCFL 관계자는 "미국 내 시설보다 규모는 작지만 최신시설로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만들어졌으며 디지털증거의 이동동선에 따라 배치된 시설들이 인상깊다"고 호평했다. 과학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우리나라 포렌식랩을 호평한 것은 한단계 성장한 수사 환경의 방증이기도 하다.

◇타 수사기관의 협조요청도 이어져…"군·특사경도 매뉴얼 요청"

최근엔 다른 수사기관에서는 경찰의 포렌식랩 표준설계안을 참고하기 위해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포렌식 관련 부서 신설과 분석실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경찰의 표준설계안이 일종의 '바이블'로 통하는 셈이다.

양 계장은 "군(軍), 특별사법경찰관에서도 경찰의 포렌식 매뉴얼이나 분석 툴을 요청한다"며 "경찰은 정부 기관간 협조차원에서 별다른 제한이 없다면 표준설계안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2023년을 목표로 디지털포렌식센터 및 과학수사 기능이 합쳐진 '첨단치안관'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인권 친화적이고 디지털증거의 연계보관성(Chain of Custody)이 확보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해 포렌식에 대한 패러다임을 새롭게 디자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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