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촬영하는 유튜버 등장
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유튜버 누리꾼 비난 이어져
전문가 "경쟁 사회로 인한 폐해"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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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장례식장 모습까지 영상으로 담으려던 한 유튜버가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쫓겨난 일이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경쟁 사회로 인한 폐해'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영상을 촬영하다가 쫓겨난 한 유튜버의 사연이 공개됐다.
글 내용을 종합하면 친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한 손자 A 씨는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켰다. 그는 조문객들이 문상오는 모습뿐만 아니라 장례식장에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 등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A 씨가 중얼거리며 촬영하는 것을 본 A 씨의 큰아버지는 그의 행동에 분개하며 카메라를 던졌다. A 씨는 동영상을 어디 올릴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큰아버지로부터 욕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무례한 짓을 한 건지 모르겠고, 고가의 카메라가 부서진 바람에 장례식 내내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 씨는 큰아버지가 카메라값을 보상해주지 않아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사연을 접한 많은 누리꾼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한 A 씨를 비난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요새 어딜 가나 촬영을 하더라. 하지만 저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일침했다.
최근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 하는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가 인기다. 브이로그는 전문 지식이 필요 없고, 자신의 일상을 일기 쓰듯 기록하면 된다는 점 때문에 유튜버 사이에서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일부 브이로거들이 길거리나 음식점 등에서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대학생 B(23) 씨는 "홍대 인근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영상 촬영하는 사람을 적어도 3명은 보는 것 같다"면서 "촬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 얼굴이 노출될까 봐 걱정된다"며 초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냉면집 운영자가 가게 내 방송촬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들고 있다. 사진=****냉면 인스타그램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튜버존'을 선언하는 음식점도 등장했다. 노튜버존은 '노'(no)와 '유튜버존'(youtuber+zone)을 합친 단어로 유튜버의 촬영을 금지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일부 유튜버가 영상을 촬영한다며 허락을 구하지 않고 손님과 점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식당과 손님에 피해를 끼치자 식당 측이 이를 금지한 것이다.
'노튜버존'의 등장에 누리꾼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카메라를 들고 음식점에서 촬영하는 것은 다른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튜버가 벼슬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경쟁 사회로 인한 폐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버들이 늘어나면서 남들과 다른 더 독특한 소재를 찾아 자극적인 영상을 찍게 됐다.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뭐든 하다 보니 무리해서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콘텐츠를 찍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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