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도 힘들어… 보여주기식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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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영향으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8개 정부 기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신설됐지만, 활동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2020년도 예산 규모(정부안) 및 사업 내역’을 보면 복지부와 법무부, 대검찰청의 양성평등 전담 부서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3000만~2억원 수준이다. 담당 분야의 성평등 수준을 진단할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정도도 안 된다.
예산을 가장 적게 배정한 곳은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었던 검찰이다. 대검찰청은 내년도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예산으로 3000만원을 편성했다.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운영과 회의 개최 등에 1700만원, 관계기관 간담회 참석과 자료 수집에 300만원, 양성평등 연구용역에 1000만원이 쓰인다. 대다수가 회의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성희롱·성폭력 근절 지원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세부 예산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미투에 떠밀린 보여 주기식 조직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기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양성평등 콘텐츠 개발과 제작에 6000만원, 성인지·성주류화 제도 사업 담당자 교육에 2800만원 등 모두 1억 14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여가부 다음으로 양성평등 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는 부처지만 예산은 대검찰청 다음으로 적다. 실태조사와 정책개발 예산이 빠졌다. 정책의 불평등 요소를 점검하고, 양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려면 실태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양성평등 전담부서가 7~8월에 설치되다 보니 예산을 반영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2021년 예산은 좀더 증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소관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부처 내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성차별적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대중 정부 때도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설치했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면서 결국 폐지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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