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충주에 위치한 정밀화학소재기업 천보는 지난해 매출액 1006억원을 올렸다. 창업 5년차였던 2011년(306억원) 대비 228% 성장한 수치다. 통상 창업 2~5년차 스타트업이 겪는 경영난인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피해 본격적인 도약을 일군 것이다.
천보의 성장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천보는 2011년 11월 중진공의 성장공유형 대출을 통해 설비구축 자금 7억7000만원·운전자금 3억원 등을 지원받아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지금은 디스플레이 식각액(특정 부위를 부식시키는 화공약품) 첨가제와 2차전지용 전해질, 반도체 공정 소재 분야에서 국내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중진공 지원을 계기로 민간에서 지속적인 후속투자를 받으면서 지난 2월에는 코스닥에 입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상율 천보 대표이사는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우수해도 현금창출능력·담보여력이 취약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렵다”며 “미래성장가치를 바탕으로 한 중진공의 자금지원 덕분에 기술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천보의 코스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이상율 천보 대표이사.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
중진공의 성장공유형 대출은 기술성 등 성장잠재력이 높고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투자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 중소·벤처기업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중진공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벤처캐피탈(VC)이 투자한 기업 중 수도권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했다. 비수도권(지방 및 해외기업) 투자 비중은 27%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중진공의 성장공유형 대출을 받은 기업 가운데 지방 기업은 53%로 수도권 기업보다 많았다.
지원 대상별로는 화학·소재 분야와 전기·기계장비 분야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바이오의료·ICT(사물인터넷) 업종 위주로 투자하는 민간 VC와 차이를 보인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육성에 선제적으로 나선 셈이다. 중진공의 성장공유형 대출이 국내 산업의 기초체력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중진공은 내년 성장공유형 대출을 올해보다 67% 늘린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망 중소·벤처기업들의 스케일업(Scale-Up)에 보다 힘을 보탠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거래소와 협업해 KSM(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코넥스시장에 진출할 우수 중소·벤처기업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은 “우수한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을 적극 발굴해 정책자금 지원과 더불어 성장단계별 밸류업(value-up)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중소·벤처기업이 스케일업을 통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정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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