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내팽개친 민폐 단식"…"삭발·단식이어 사퇴만 남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에 대해 정치권에서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20일 오후부터 시작된 황 대표 단식 투쟁에 대해 '뜬금없다'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황 대표 단식 투쟁을 "민생 내팽개친 민폐 단식"으로 규정한 뒤 "국민과 민심은 이벤트 현장이 아니라 국회에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역시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가 단식·삭발·사퇴인데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했다"며 "마지막은 사퇴 카드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발목만 잡지 말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황 대표 단식에 대해 "우리 정치 수준을 얼마나 더 떨어뜨릴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국민의 꽉 막힌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황 대표 단식은 명분도 당위성도 없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쏟아지던 합리적 비판마저 황 대표 단식으로 관심이 흩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유상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며 "대권 놀음에 빠져 정치적 명분도 실익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건강마저 잃지는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도 "삭발한 머리가 채 길지 않았는데도 단식이라니, 출구전략을 잘못 세웠다"고 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대권 가도만 생각하는 소아병적인 행태"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내년 총선에서 전남 목포 출마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입만 열면 운동권을 비난하는 분인데, 길바닥 투쟁은 운동권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황 대표가 지소미아 파기 반대를 단식 이유로 든 것에 대해선 "하필 투쟁하시는 목적이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위해서라니 광복 이후 최초로 일본을 위해 단식까지 하는 '열사'가 탄생하는 건가요?"라고 비꼬았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은 이제 끝간 데 없는 정쟁이 너무나 피곤하다"며 "국회에서 일을 풀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는 황 대표 단식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공수처법과 선거법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우선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필요하다면 국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