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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매경 CEO특강] 박정림 KB증권 사장 / 이화여대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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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을 시켰을 때 안 되는 이유는 열 가지도 넘게 들 수 있습니다. 지시하는 입장에서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하는 직원을 만나면 진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한번 해보겠습니다'라며 되든 안 되든 해보려는 사람이 조직에선 가장 아름답습니다.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이화여대 이화포스코관에서 열린 매경CEO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체이스맨해튼은행, 삼성화재 등을 거쳐 KB국민은행에서 WM그룹 부행장을 역임하고 2019년부터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금은 국내 최고 증권사 CEO지만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고민도 많았고 '경단녀'로서 고충도 겪었다.

박 사장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애를 낳고 기르느라 경력 단절 시기를 겪으며 자기소개서를 30개 넘게 썼는데도 면접에 가면 번번이 떨어져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선배, 동료들을 만나며 맘 터놓고 얘기해 도움을 받아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스스로 얘기하지 않으면 내 도우미가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주변과 얘기를 나누며 다양하게 도전해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워라밸'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박 사장은 "일과 삶의 균형, 솔직히 잘 못한 것 같고 자식 교육에도 소홀했다"며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이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라고 주변에 얘기한다. 낮에 집에서 쉴 때 먼지가 쌓인 게 눈에 좀 보이면 어떤가. 때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듣던 학생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약점은 누구나 있는데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해법은 간단했다. 그는 "살아가며 약점을 극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 때문에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약점을 극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CEO는 가장 잘 듣는 사람(CLO·Chief Listening Officer)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남의 얘기를 들으려 한다는 것이 내 강점"이라며 "여자가 남자 같은 리더십을 가지려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섬세하게 경청하고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간결한 업무 지시를 내리는 '마더 리더십', 이것이 여자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 내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 사장은 "돌이켜보면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려고 했던 사람과 본인 것에만 집중했던 사람 사이에 능력 차가 많이 난다"면서 "내 경우 매일경제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며 사회 흐름을 챙기는 한편 칼럼을 읽어보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회 관심과 더불어 소통 능력에 대한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수평적 문화가 사회에 정착되면서 여성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술 먹고 친해지며 정보를 주고받던 시대가 가고 직능 중심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면서 네트워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소통하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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