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의 도입과 과제' 분석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9 KIAF' 특별전으로 마련된 '한국근대회화, 역사가 된 낭만’전 입구는 천경자의 '초원Ⅱ'가 입구에 걸려 관람객을 먼저 맞이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Droit de Suite)은 미술저작자가 원저작물을 최초 양도한 이후에도 재판매 될 때에 수익의 일정 비율을 분배받을 권리를 말한다.
미술작품의 경우, 복제물에서 지속적인 수입원이 가능한 음악이나 출판물과는 달리 ‘원본’에 가치를 두고 있다. 원본의 가치상승분이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장자 등에게 돌아가므로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술 장르간 불평등 구조에 착안하여 해외에서는 일찍이 미술 작품을 재판매 할 경우, 그 수익의 일부를 작가에게 지급하는 추급권을 도입했다. 1920년 최초로 프랑스가 '저작권법'에서 추급권(Droit de Suite)을 규정했다. 이는 일정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재산적 권리이지만, 저작자 사후에도 저작자의 법정 상속인에게만 귀속되도록, 양도할 수 없고 사전에 포기 할 수 없도록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한-EU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추급권 논의가 본격화 됐다. 당시 EU에서는 추급권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한국에서 추급권이란 낯선 제도였고, 국내 미술시장에미칠 영향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였다. 이에 2008년 초 서울에서개최된 제6차 협상에서는 추급권 자체의 긍정적인 면을 고려하여 협정이 발효된 후 2년 이내에추급권 도입에 대한 협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협정문에 따르면, 2011년 한-EU FTA가 발효된 지 2년 내에 추급권 도입 가능성 검토를위한 협의를 진행해야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이에 대한 진전은 없는 상태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20일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가 '미술품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의 도입과 과제'를 다룬 '현안 분석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예술 장르와의 형평성과 국내 미술시장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추급권 도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미술품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의도입과 과제 보고서 표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연간 4942억원(2017년 기준)이다. 전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71조 7000억원(637억 달러, 2017년 기준, 아트이코노믹스 미술시장 보고서)이다.
이는 국내 미술시장의 경우, 전년도 대비 24.7%가 성장한 수치이며, 세계 미술시장의 경우도전년 대비 11.8% 확대된 규모다.
미술품의 재판매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매시장의 경우, 2018년 상반기 전세계 주요경매회사의 거래량은 2017년 상반기에 비해 2.5% 상승, 거래액은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수근 화백이나 이중섭 화백은 평생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결국엔 가난 속에 병으로 인해 생을 마감했으나, 그들의 작품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만 배 이상의 상승을 보이며 현재 수십억 원 대를 호가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 생전의 생활고를 함께 한 직계 가족에게도 작품 가격 상승의 혜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해외 미술작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가의 초기 작품 가격과 달리 이후 작품의 가격 상승에서 오는 혜택을 작가와 그 직계 가족이 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음악, 출판물 등의 저작물과는 다른 미술작품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음악이나 책의 경우, 작가나 작품이 유명해질수록 그 복사본에 의한 저작권료가 작가 및 직계가족에게 돌아가는 구조이지만, 미술품은 작가가 아무리 유명해진다 해도 한 번 판매한 원작의 가치를 복사본이 대신하기 어려우며 작품의 가치 상승분은 대부분 소장자와 판매자에게 돌아가는구조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 '영원한 현재(Eternal Now)' 전시 언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작을 관람하고 있다. 천정은 이불 작가의 2005년 작품 '키아스마(Chiasma)', 오른쪽 벽면은 마사 로슬러의 2004년 포토 콜라주 작품 '하우스 뷰티풀:브링잉 더 워 홈(House Beautiful:Bringing the War Home)'.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와 사스키아 드락슬러(Saskia Draxler) 독일 나겔-드락슬러 갤러리 대표가 공동 기획한 '영원한 현재(Eternal Now)' 전시는 프란시스 알리스, 카데르 아티아, 구정아, 이불, 마사 로슬러, 히토 슈타이얼 총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자유정신에 반하는 제도권에 은유와 해학으로 대항하며 더 나은 사회를 열망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들이다. 전시는 21일부터 2020년 1월 5일까지. 2019.11.20. chocrystal@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추급권은 미술 창작자에게 창작의욕 고취, 보다 나은 창작 환경 제공, 연금으로서의 역할이다.
미술 저작권자의 인지도가 상승하게 되면 그 작품 가격도 상승하게 되는데, 이 때 상승폭은 초기 판매 시에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차이가 될 수 있으나 그 차익은 원저작자가 아닌 갤러리와 소장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미술시장의 현 구조다.
추급권은 이러한 가치 상승분의 일부를 지급받을 권리가 원저작자에게도 있다고 보고 이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국회입법조사처도 "미술시장의 투명성 요구는 추급권 도입과 관련해서 가장 요구되는 사항이기도 함과 동시에 추급권 도입의 기대효과"라며 "불투명한 미술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판매 기록과 공개의 의무화에 대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EU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추급권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므로 추급권 도입으로 인해 국내 미술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으며, EU의지침과 규정 내용을 등을 참고로 입법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입법을 통해 국내에 추급권을 도입하려면, 기존 '작권법'에 추급권 관련 조항을 신설하거나 현재
발의되어있는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안'에 추급권 관련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고, 개별법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정상화 화백의 개인전 '정상화: 발굴, 1964-78(Chung Sang-Hwa: Excavations, 1964~78)>이 뉴욕 레비고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미술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안은 현재 계류 중에 있다. '미술품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의 도입과 과제' 보고서는 국회입법조사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