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부터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할 때 '금전적 이득'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화 된 만큼 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무이자 이주비 내역이 시공사자 선정 무효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만약 서울시와 국토부가 한남3구역의 시공사선정 과정에서 불법·탈법 사실이 적발되면 시공사 선정총회는 무효화되며 사업 일정도 3~6개월 가량 늦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12월 초 발표예정인 한남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3구역 시공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점검에서 불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금전상 이득 제시 내역이 될 전망이다. 특히 무이자 이주비 제공 내역이 관건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은 금전상 이득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 점을 유심히 살펴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무효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는 그간 재정비 사업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관행'으로 여겨졌던 무이자 이주비 지급 내역에 대해 꼼꼼히 살펴 탈법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시공사들이 조합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금전상 이득은 이사비와 무이자이주비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제정해 건설사들이 시공자 선정을 위해 금전상 이득을 제시하는 것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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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 이주비는 법상 금지하지 않았지만 허가도 되지 않은 것으로 그동안 시공사들이 관행적으로 제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주비에 발생하는 이자를 시공사가 대납해주면 그것은 금전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이자를 조합원 분양가, 즉 분담금에 포함할 경우 '무이자' 자체가 허위 사실이 되는 만큼 이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서는 일정한 이자율이 있는데 이를 시공사가 대납해 준다면 그것은 금전상의 이득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무이자이주비가 일부 관행적으로 제공됐던 것은 사실인만큼 담보인정비율(LTV) 대비 무이자이주비의 규모 등을 살펴 탈법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오는 12월15일로 예정된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조합총회에 앞서 법률 위반행위를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불법·탈법이란 판단이 나면 해당 시공사는 시공자 선정에 참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해당 건설사는 입찰보증금을 몰수 당하게 된다. 한남3구역의 경우 입찰 보증금은 1500억원이다.
다만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혁신설계안은 불법 여부를 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혁신설계란 재정비 사업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인가 받은 설계안을 폐기하고 다시 작성한 설계안을 뜻한다. 이 경우 사업시행인가(변경)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대안설계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업비 10% 이내의 경미한 변경을 담은 설계안을 말한다.
서울시는 올해 5월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과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을 개정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미한 설계변경만 허용하기로 했다. 시는 총 사업비의 10% 이내만 변경을 허용하고 변경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비는 모두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추가 사업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혁신설계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서울시는 혁신설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박지는 않았다. 지금 건설사들이 잇따라 혁신설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를 받아야하는 만큼 혁신설계를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한남3구역에 대한 서울시의 판단이 앞으로 혁신설계의 존망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남3구역에 대한 정부-서울시의 점검 결과 발표는 향후 재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의 관행으로 자리했던 무이자 이주비와 혁신설계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며 "만약 이 두가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면 재정비사업의 혼탁성은 줄겠지만 경쟁이 줄어 그만큼 아파트 설계의 혁신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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