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임종석 불출마 후폭풍]공천 성역 사라지는 민주당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 이틀째인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열린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를 포함해 의원 누구도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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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 이틀째인 18일,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종일 뒤숭숭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중진 의원이 김세연 의원의 “당 해체에 준하는 혁신” 발언에 ‘발끈’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 공식석상에서 임 전 실장과 관련된 언급을 피했다. 조만간 쓰나미처럼 밀어닥칠 수 있는 ‘인적쇄신론’의 파도를 우려한 듯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 ‘성역’ 사라진 민주당 공천
임 전 실장은 현재 여당을 이끄는 △친문(친문재인) △86그룹(운동권 출신) △청와대 출신 등 3개 그룹에 모두 발이 걸쳐져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는 임 전 실장의 잠정적 정계 은퇴 선언이 86그룹 외에도 여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의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최측근이자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이 먼저 내려놓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경쟁에서 소위 친문 또는 청와대 출신이라는 스펙이 더 이상 믿을 만한 ‘보험’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86그룹과 중진 교체 등 당내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문 정부와 함께한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86그룹 용퇴론’보다는, 청와대 출신 리더격으로서 전체적으로 당의 새로운 흐름, 도도한 물결을 만드는 데 대한 역할 고민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청와대 프리미엄’ 논란도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례 없이 많은 50명 안팎의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줄이어 총선 출사표를 낸 것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 당 안팎에선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다” “다 출마하면 소(청와대 비서실)는 누가 키우나” 등의 불만과 함께 2016년 총선에서 이른바 ‘진박 마케팅’을 연상케 하는 ‘진문(진짜 친문) 공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일찌감치 경선 룰을 확정한 당 지도부도 경선 과정에서 대표 경력에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 또는 행정관’ 등의 직함을 허용할지에 대한 결정만 내년 2월, 총선 경선 직전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퇴물이 아닌 가장 ‘핫’한 사람 중 한 명인 임종석이 나가겠다고 하니 울림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본인은 비켜줄 생각이 없는 3선 이상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클 것”이라고 했다.
○ 숨죽이며 상황 주시하는 중진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인적쇄신론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한국당만 비판했다. 다만 이날 오후 열린 고위 전략회의에서 이 대표는 “본인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당과 어떤 관계를 가질지 등은 별도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아예 (당과) 원수 관계가 된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김성환 비서실장이 전했다.
대다수 의원들도 일단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임 전 실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그의 불출마 계획을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재선인 박범계 의원은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이) 일찍 국회의원이 됐고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했던 만큼 국정 전반을 살펴보고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한 결과 아니겠느냐”며 “당 쇄신의 차원에서 사퇴한 이철희 표창원 의원과는 맥락이 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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