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가수 변진섭과 시인 강원석
새 앨범에서 ‘두드림’ 등 3곡 협업
13집 앨범 타이틀곡 ‘별이 된 너’ 등 3곡을 함께 작업한 변진섭(왼쪽)과 강원석 시인.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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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청춘일 것만 같은 목소리를 지닌 가수들이 있다. 올해로 데뷔 32년 차인 변진섭(53)도 그중 한 명.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포문을 연 ‘새들처럼’부터 풋사랑의 주제가 같은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까지 그의 노래는 그 시절 모든 청춘의 배경음악(BGM)이기 때문이다. 데뷔 앨범 ‘홀로 된다는 것’(1988)으로 국내 첫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이달 초 4년 만에 나온 13집 ‘드림 투게더(Dream Together)’의 수록곡 ‘사랑의 왈츠’를 듣는 순간 그는 여전히 청춘임을 알았다. “보랏빛 바람이 불어오면/ 괜시리 얼굴이 빨개져요 살짝”이라는 노랫말은 중년 남성이 쉽게 할 수 있는 고백이 아니므로. “사랑할 수 없어 별이 된 사람”을 그리는 타이틀곡 ‘별이 된 너’를 비롯해 신곡 9곡이 수록된 새 앨범에는 범상치 않은 시어들이 넘실댔다.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변진섭은 “강원석(50) 시인이 수채화 같은 가사를 붙여준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30주년을 맞아 보다 특별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작사 공모전까지 열었던 그는 “좀처럼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오지 않아 앨범 발매가 자꾸 늦어지던 시기에 지인 소개로 강 시인을 만난 이후 작업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수생 시절 변진섭 1집을 닳도록 들으며 힘든 시간을 버텼던 팬이 스타의 ‘귀인’이 되어준 셈이다.
물론 두 사람의 협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장르에 몸담아온 만큼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국회·청와대·행정안전부 등에서 20여년간 일하다 2015년 등단한 강원석 시인은 “곡을 받으면 300번 정도 들었다. 그렇게 듣다 보면 곡에 맞는 시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먼저 시를 쓴 다음 가사에 맞게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너무 시적인 표현은 걷어내고 입에 붙는 표현으로 바꾸는 식이다.
그렇게 ‘별이 된 너’를 시작으로 ‘사랑의 왈츠’ ‘두드림’ 등 3곡이 연이어 탄생했다. 변진섭은 “요즘은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가사가 넘쳐나는데 은은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며 “더 일찍 만났으면 더 많은 곡을 함께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드림’은 자녀들을 향한 두 아빠의 바람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강원석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대학생인 딸과 얘기를 나누다가 ‘두드려요 그대의 꿈을’이라는 가사가 탄생했다”며 “영어로는 ‘두 드림(Do Dream)’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변진섭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정말 고역 아니냐”며 “조금 덜 먹고 덜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변진섭은 “오랫동안 음악을 하다 보니 습관처럼 작업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강 시인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에너지가 좋은 자극이 돼서 신발 끈을 고쳐 묶는 기분으로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원석은 “윤동주 작품을 읽으며 시인을 꿈꾸고, 김소월 작품을 읽으며 사랑받는 시인이 되고 싶다 생각했는데 그 시절 문학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원작 시를 포함해 77편을 묶어 다섯 번째 시집 『마음으로 그린 그림』(구민사)을 발간한 강원석 시인은 “노래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돼 날개를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스스로 우울한 마음을 달랠 방법이 없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시를 통해 위로받았다는 친구들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고 했다.
변진섭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발라드 강세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발라드는 도화지 바탕색처럼 항상 깔려 있기 마련이지만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더 찾게 된다는 것”이다. 16일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투어 ‘너와 함께 있는 이유’를 시작한 그는 “팬들 덕분에 지난 30년 동안 슬럼프 없이 여유롭게 즐기면서 음악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30년도 그렇게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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