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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2015년, 면세업계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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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 6개→13개…출혈경쟁 불가피

시장 진입한 한화·두산, 두 손 들고 '포기'

롯데 월드타워점 탈락, 국정농단 소용돌이로

뉴시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지난해 영업 종료 이후 193일 만의 영업 재개한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5일 오후 많은 쇼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350여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브랜드별 준비를 통해 기존 운영 브랜드 대부분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으로 지난 2015년 매출 6000억원의 두 배 가량인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해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2017.01.05.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너도 나도 뛰어든 2015년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이 씁쓸한 후과를 불러왔다. 당시 시장에 진입했던 두 곳은 손을 털고 나갔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에 연루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18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14일 진행된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 3곳을 비롯해 6장의 카드가 주어진 경쟁에서 한개 업체만 출사표를 던진 철저한 흥행 참패였다.

이 같은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올 4월과 10월에 각각 한화와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접는다며 특허권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두개 업체 모두 2015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세업계에 발을 디뎠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서둘러 발을 뺐다.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한 데에는 안과 밖에서 모두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이들 대신 보따리상인 따이궁(代工)이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미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한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을 위주로 돌며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들 점포와는 달리 여의도에 떨어져 있는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지리적 단점을 보완하기 힘들었다. 동대문의 두타 면세점은 지리적 단점은 적었지만 중공업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두산은 명품 브랜드 유치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업체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두타면세점 자리는 현대가 강북 진출 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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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문호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 면세점 63이 정식 개장(그랜드 오픈)했다. 사진은 이날 면세점을 찾은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 지난해 12월 프리오픈 이후, 관광·마케팅·MD 등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 강화에 힘써온 갤러리아 면세점 63은 아쿠아리움을 활용한 63빌딩 원스톱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원 1억2천만 명을 보유한 중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완다그룹과 마케팅 제휴를 체결했다. MD 콘텐츠 강화를 위해서는 갤러리아 면세점 63에서만 선보이는 단독 명품 브랜드 3개를 추가 입점시켜, 총 4개의 단독 명품 브랜드(골든구스·스테파노리치·로너런던·꼬르넬리아니)를 보유하게 됐다. 면세점은 서울의 동맥인 '한강'과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중심지 여의도를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여의도를 신흥 관광·쇼핑 명소를 꿈꾸고 있다. 2016.07.15. go2@newsis.com


외부충격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채 신규 특허권이 쏟아져 나온 것도 과당경쟁에 한 몫 했다.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 수는 6개에서 13개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정부가 신규 사업자를 또 모집하려니 흥행 참패는 불 보듯 뻔했다.

반면 점유율 1위인 롯데면세점은 2015년을 기점으로 다른 종류의 위기에 직면했다. 영업 중이던 월드타워점이 두산·한화 등 신규 사업자에 밀리면서 특허를 잃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선 사업자 선정 심사와 특허 발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2017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롯데면세점의 2015년 심사 탈락은 그룹 전체의 위기로도 번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이다. 월드타워점 사업권 탈환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신 회장은 8개월 간의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구속 상태에선 벗어났지만 지난달 대법원이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해 유죄를 받게 되면서 월드타워점은 또 한번 존폐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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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에 두산이 운영하는 ‘두타면세점’이 개장했다. 두산타워 9개층을 사용하는 두타면세점은 총 면적 1만6825㎡(약 5090평)규모이며 이번에 오픈한 매장은 7개층, 500여개 브랜드다. 사진은 두타면세점 전경. 2016.05.20.suncho21@newsis.com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난 만큼 관세청은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취소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관세법 제178조 2항은 면세점 운영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세관장이 특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특허 취득 당시 운영인이 신 회장이 아닌 장선욱 전 대표였기 때문에 신 회장은 면세점 운영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규 사업자 입찰은 흥행에 실패했고, 한화와 두산이 사업권을 반납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1조원의 매출을 내며 순항 중인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취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관세청의 고민이다.

시내면세점에는 관심이 시들해진 가운데, 내달 진행될 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최저보장금액 방식이 아닌, 매출의 일정 비율만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임대료 부담이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과도한 임대료를 이유로 위약금을 내고 인천공항매장 일부의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도 이번 입찰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유일하게 참가하며 강북까지 사업권을 확장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까지 진출할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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