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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MT리포트]회식이 사라졌다…소주판매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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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편집자주] '서민술' 소주가 위기에 빠졌다. 판매량이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회식 문화가 사라지거나 변하면서다. 서민들의 고달픔을 달래왔던 소주가 '순한' 변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젊은층을 잡기 위해 16.9도까지 순해진 소주들의 뜨거운 전쟁을 들여다본다.

[위기의소주…'순한' 변신]지난해 소주 출고랑 91.8만㎘…2013년 이후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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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취하려고 술을 마시지 않죠. 내 취향에 맞는 술을 찾아 즐겨야죠."

불황에 더 잘 팔리는 서민술 소주가 비틀거리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트렌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맥주, 막걸리, 위스키 등 다른 주류 시장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소주는 그동안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소주 판매량은 지난해 역성장하며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기'에 맞닥뜨린 소주는 심리적 저항선인 17도 도수를 깨 버리고 10년간 유지했던 초록병도 벗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8일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희석식소주 출고량은 91만8000㎘로 전년대비 3% 줄었다. 2013년(90만㎘)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주는 매년 소폭 등락은 있었지만 95만㎘ 수준을 유지해 오다 지난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줄어든 바 있다. 최근 5년간 전체 주류 시장이 10% 가량 줄어든 것과 비교해 시장 규모를 꾸준히 유지해 온 셈이다.

주52시간제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 제도 변화로 회식 문화가 바뀌고 워라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주류 트렌드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A씨는 "4-5년전만 해도 회식 때 소주가 빠지는 경우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점심 회식이나 영화, 공연 등 문화 생활을 겸한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친구들은 회식에 빠지거나 술을 못한다며 자연스럽게 음주를 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류소비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주류트렌드는 1인 음주, 작은 사치로서의 음주, 감성·개성을 표현하는 음주, 가벼운 음주로 요약된다. 도수가 높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주와는 정반대의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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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음용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주종에 대한 질문에 48.8%가 소주라고 답했다. 즉 고도주인 소주보다는 개성을 나타낼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도주, 소용량, 다양한 개성적인 주류들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주에도 새로운 변화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초록색 병을 탈출한 것. 소주는 지난 10년간 공용병 제도를 운영하며 똑같은 색, 똑같은 디자인의 초록색 병을 유지해왔다. 일부 매출이 급감했던 지역 소주업체들이 다른 디자인 병을 이용하는 사례가 생기긴 했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레트로 콘셉트의 '진로이즈백'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진로이즈백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벗어나 참신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16.9도의 저도주로 여성, 2030대의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무학, 대선 등 지방 소주업체들도 레트로 콘셉트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뒤를 이었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즐기기 위한 음주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데다 도수가 낮고 깔끔한 맛으로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소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주 수요가 줄어들고 시장 경쟁은 치열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잠재 고객인 젊은 층과 여성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저도주 트렌드나 다양한 마케팅 시도 등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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