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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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신 재판장님, 우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14살에 일본 끌려가 가미가제 부대에서 전기고문까지 당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공식적 사죄와 법적 배상을 30년 동안 90살 넘도록 외쳤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 558호. 눈물 섞인 절규가 울려 퍼졌다. 휠체어에 앉아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자신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법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은 재판장을 향해서였다.
그의 진심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변호인단도, 재판 내용을 기록하던 기자들도, 일반 방청객들도 훌쩍임을 그치지 못했다. 재판장도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 소송을 낸 건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의 유족들이다. 상대는 일본 정부다. 위안부 피해사실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
이날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재판이 한국법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날이었다. 이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소송장 전달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재판인 만큼 이날 오전부터 법원 출입 기자들의 관심은 이 재판에 집중됐다. 취재석에 총 32개의 언론사가 신청했지만 당첨된 14명의 기자만이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당첨에서 탈락한 일부 언론사는 일반 방청권을 배부받기 위해 재판 시작 약 1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그에 비해 법원의 대처는 실망스러웠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취재진의 노트북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휴대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오로지 수기만이 허가됐다.
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재판부와 더 협의를 거쳐 취재진의 노트북 사용이 허가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평소 취재진의 관심이 주로 형사사건에 집중되다 보니 민사 재판부는 법정 내 취재에 대한 관심이 어색한 게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경우 제한적으로 취재진의 노트북 사용을 허가한다. 보다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재판의 결과를 알리기 위해서다. 즉 법정 내 노트북 사용을 취재진에게만 특별히 허가하는 것은 '공익적 이유'가 가장 크단 얘기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번 위안부 첫 재판에서 기자들의 기록을 막은 재판부의 대처가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날 법정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건 기자들의 노트북만이 아니었다. 피고 측 자리도 텅텅 빈 채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예상대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금이라도 일본 측이 소송 절차에 참여해서 소송의 적법성 등을 적극 주장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 재판부도 충분히 고려한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해자는 숨었고 피해자는 절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재판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이렇게 외쳤다.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합니다. 안 나오는 일본에게 죄가 있습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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